37문장
그건 내가 하수라는 것이다.
오늘 7월 모의고사 3학년 영어 문제 중 이런 지문이 있었다.
the breadcrumbs of the conversation의 의미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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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like the improv actors become adept at picking up on the breadcrumbs of the conversation, we need to do the same. When people want to talk about something specific, rarely will they come out and just say it. 99 percent of people won't say, "Hey, let's talk about my dog now. So.." Instead, they will hint at it.
여기서 밑줄 친 부분의 의미는 화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하기 위한 밑밥 깔기 정도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에둘러 말한다.
이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볼 사례가 있다. 이번 나는솔로 21기 방송 중에 가장 리뷰에 자주 오르내리는 인물이 현숙이다. 명시적인 빌런짓을 하지 않았지만 가장 빌런이 되어있다. 이유는? 대부분의 발화가 자신의 무언가를 자랑하기 위한 밑밥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너무 잦고 교묘하지 않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읽혔고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이런 상황을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명시적으로 할수록 하수, 상황 속에서 나오게 할수록 고수라는 것인데 이것보다 더 궁극의 경지는 거꾸로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끌어내는 입장에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어떤 상황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었다는 것은 좁게 보면 내가 의도를 명시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맥락을 타고 말을 하였으니 내가 고수인가 싶지만 거꾸로 그 상황을 의도한 그 상대방이 이보다 더 위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즉, 판을 주도하는 심리적 우위의 입장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를 드러내지 말고 타인만 배려하라는 것은 아니다. 상황과 대화의 프레임을 누가 쥐고 있느냐의 관점에서 타인의 욕망과 무엇을 드러내고 싶은지를 비언어적 힌트를 통해 캐치하고 이를 부담 없이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쪽이 수가 높다는 이야기이다. 이를 우리 삶과 처세에 적절히 적용해 봄직하다. 이런 수를 부린다고 오만 할 필요도 없다. 그저 모든 삶의 기술은 나와 내 주변의 행복을 위한 유치한 수작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넓고 포용하는 마음으로 너와 내가 따스히 녹아들수 있는 그런 경지를 위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