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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야감 Jul 17. 2024

롱런의 가치

38문장

각 분야에 대단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잠시 빛을 발하고 사라지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최상의 퍼포먼스를 꾸준히, 누군가는 최상은 아니더라도 그 분야에 오랜 기간 존재합니다. 여기서 고려할 것이 바로 이 롱런이라는 것이죠. 장기적 관점에서 자신의 퍼포먼스를 꾀하는 사람들이 가장 똑똑한 부류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가진 시간, 에너지, 돈은 모두 자원입니다. 이를 어떻게 배분하여 활용할 것인가가 정말 중요할 텐데요, 이는 플레이어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저는 스포츠를 좋아합니다. 현대의 스포츠가 룰 속에 가둔 문명화된 전투라는 점을 보면 남자들이 본능적으로 스포츠에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스포츠가 주는 원초적이고 단순한 즐거움을 떠나 그 안에 뜨고 지는 수많은 선수들이, 그리고 같은 종목을 하고 있음에도 각기 다른 전략과 캐릭터로 빛나는 그들을 관찰하는 것은 우리 삶에도 많은 인사이트를 주는듯하죠.


UFC 경기도 즐겨보는 편인데, 모든 경기를 챙겨보지는 않지만 화제성 충만한 탑컨텐더들의 경기는 챙겨보는 편입니다. 그중 최근 몇 년간 떠오르고 있는 션 스트릭랜드라는 선수가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이 자는 뛰어난 경기력도 경기력이지만 그의 캐릭터로 인해 더욱 유명해진 듯합니다. 전형적인 미국 우파 상남자스러운 캐릭터에 PC 주의와 캔슬 컬처가 만연한 미국에서 어떻게 저런 발언을 서슴지 않을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인데요, 여기에는 UFC 파이터들을 주로 인터뷰하는 니나라는 여성 인플루언서와의 캐미가 한몫한듯하죠.


그는 파울로 코스타라는 동체급의 스타 파이터와의 경기에서 최근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상성상 션이 이길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초반 코스타가 들고 온 무기가 꽤나 날카로웠습니다. 하지만 결국 5라운드  션의 판정승으로 경기는 마무리되었죠. 종료 마지막 10초 전 션은 무근본 날라차기를 시전해 엔터테인적 요소를 주는듯하였지만 그의 경기 스타일에 대해서 항상 그래왔듯 노잼이라는 여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는 다소 몸을 과하게 세운듯한 업라이트 스탠스에 무게중심을 살짝 뒤로 둔 채 상대방의 대부분의 공격 옵션에 반응하는 방어적인 동작을 계속 취하고 전진하여 포인트를 따는 스타일입니다. 그가 평소 하는 발언, 캐릭터에서는 물불 안 가리고 때려 박는 상남자 파이팅 스타일을 연상하기 쉽지만 오히려 그는 가장 안전하며, 특히 얼굴을 최대한 다치지 않는 실리적인 파이팅 스타일을 견지합니다.


참 똑똑한 거죠. 이런 스타일은 롱런합니다. 다치지 않고 이길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당연히 모두가 저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피지컬과 실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죠. 단순히 실력만으로, 특히 UFC와 같이 쇼맨십적인 엔터테인 요소가 중요한 스포츠에서 슈퍼스타가 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션의 격투 스타일 자체는 슈퍼스타의 자질로서 아쉬움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한편으로 그가 옥타곤 밖에서 보여주는 언행과 행동이 그의 파이팅 스타일을 보완하는, 궁극적으로 롱런을 위한 스타성 보조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스포츠가 스타가 몸을 아끼지 않고 전의를 불태우면 팬들은 열광합니다. 그리고는 낭만적이었다 외칩니다. 하지만 그뿐, 그 선수에게 남는 것은 그의 몸에 새겨진 깊은 상처입니다.


인간은 생각보다 오래 삽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오래 살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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