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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웨덴 시골집 Jul 24. 2022

집을 태워먹을 뻔했다

한겨울 우리 집은 벽난로를 항상 이용했다. 하루는 벽난로 불이 활활 타던  장난을 치면 재밌겠다 싶어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동거인에게 소리를 질렀다. 불이야!!!’ 헐레벌떡 놀라서 한걸음에 달려온 동거인. 진심으로 놀란 모습을 보니 너무나 미안해졌다. 장난인 것을 알아차린 이의 얼굴에선 안도와 성가심이 엿보였다. ‘그래 알겠어 앞으로는 불났다고 장난 절대! 안칠게머쓱하게 웃으며 말을 하는 나의 시선은 자연스레 부엌에 놓인 소화기로 향했다. 장난이긴 했지만 혹시라도 집에 불이 난다면..? 오래된 나무로 지어진 우리 집은 한순간에 불이 번질 것이다.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그날 이후로 우리 집에선 불이 났다고 말하는 장난은 금물이다.


소화기 사용법을 숙지해두자


 어느 일요일 오후, 외출을 위해 집을 나서려던 참이었다. 신발을 신으려고 허리를 숙였는데 플라스틱이 녹는 냄새가 났다. 동거인도 같은 냄새를 맡아 재빨리 흩어져 집안을 돌아다니며 이상한 점이 없는지 확인했다. 집안에선 냄새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 신발을 신느라 허리를 숙였을 때 냄새가 강하게 났으니 지하실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지하실로 내려간 동거인의 짧은 외침이 들렸다. ‘악!’ 놀란 나는 ‘뭐야 뭐야 왜 그래?’라고 급하게 물어봤다. ‘너무 뜨거워!’ 온수 히터의 콘센트가 녹고 있어 뽑으려다 너무 뜨거워 뽑질 못한 것이다. ‘뭐?? 그게 녹고 있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다시 손을 데기 전에 두꺼비 집을 먼저 내리자고 했다.


 두꺼비집을 내리고 녹고 있는 히터의 콘센트를 뽑아냈다. 동거인에게는 목장갑이라도 끼라고 했는데 목장갑은 감전에 큰 도움이 안 될 거란다. 한국 주방에서 쓰던 고무장갑이 없는 상황이 개탄스러웠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빨간 고무장갑이 얼마나 그립던지. 콘센트를 뽑아내고 무엇 때문에 전선이 녹고 있었는지 문제점을 찾아내려 머리를 굴려봤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유를 알리가 없었다. 히터가 너무 오래돼서 그런 건가? 히터를 바꾸려면 최소 100만 원 이상은 들 텐데, 콘센트 전선만 바꿀 수 있는 건가? 될 거다, 안될 거다, 동거인과 걱정 섞인 말을 주고받았다. 얼마 전에 지하수 끌어올리는 펌프 부품도 수리를 하느라 지출이 컸는데 온수히터가 또 이렇게 말썽이라니! 온갖 생각들이 떠올랐다.


 히터가 말썽이니 집안 온수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 다음날 아침 일찍 바로 전기기사를 부르기로 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동의하는지 이례적으로 전기기사도 당일 출장을 와주었다.  뚝딱뚝딱 전문가의 손길로 수리를 받아 다행히 온수 히터를 교체할 필요는 없었다.


그날 냄새를 맡지 못하고 그대로 외출을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전선이 녹고 타들어가 번지다 목재 집을 홀라당 태워먹지 않았을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정말 천만다행이다. 예방차원에서 하루 날을 잡아 다시 전기기사를 불러 게스트하우스, 워크샵, 집안 내부의 전선을 모두 다시 점검하고 필요 없는 선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전기기사가 다시 방문하겠다고는 하는데 두 달 넘게 그의 스케줄을 기다리는 중이다. 웃기게도 수리비 고지서도 아직 받아보질 못했다. 돈을 지불하겠다고 고지서를 보내달라고 독촉을 해도 회사에서 바빠서 그러니 기다려 달라는 말만 한다. 여름휴가 기간이 지나면 다시 연락을 해봐야 할 듯하다. 그때까지 집이 불타는 일이 없기를!



*대문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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