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환각현상 때문입니다.
챗GPT등 생성형 AI의 환각현상이 99.99% 잡히지 않는 한, 최소 준전문가 아닌 사람이 업무용으로 챗GPT를 쓰면 큰일납니다.
환각현상은 실제로는 그런 사실이 없거나 전혀 반대되는 사실임에도 챗GPT가 그럴싸하게 답변하는 것을 말합니다.
초창기에는 오히려 터무니없는 답변이라 '아 환각현상이네'하고 넘어갔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사실에 일부만 잘못된 정보가 섞여 들어옴으로써 위험도는 오히려 더 높아졌습니다.
저는 지난 반년간 무료버전, 플러스 유료버전을 사용해봤습니다.
처음 무료버전만 이용할 때는 사용빈도도 낮았고 장난처럼 쓰다가, 월 20$ 플러스 유료버전을 사용한 뒤로는 조금씩 업무관련 질문도 해보았습니다.
특히 놀란 것은 최근 플러스에 풀린 딥 리서치 기능인데, 이 기능은 정말로 놀라웠습니다.
간단한 법률검토 사안은 문장만 조금 손봐서 그대로 제출해도 되겠고, 제대로 된 건도 (제가 마무리한다는 가정하에) 초안으로서는 전혀 손색없었습니다.
물론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군데군데 논점을 더 넣거나 근거가 잘못되었거나 관련 법률을 잘못 인용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쓰는 사람이 변호사라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문제는 이것을 법학을 전공하거나 사시를 준비하는 등 법률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인이 쓰면 어떻게 될까요?
내용 중 상당한 부분이 사실이나 타당한 추론이므로 오히려 군데군데 빠진 잘못된 부분을 알아치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제가 생각한 AI의 결론은 AI가 모든 사람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저의 결론입니다.
지금 채용현장에서는 경력직 선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입이라 하더라도 경력이 있는 중고신입이 대학을 갓 졸업한 쌩신입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사회는 이제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에게도 즉시전력감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누구나 똑같이 챗GPT 플러스에 가입하더라도, 던지는 질문이 다르고 나온 질문에 섞인 환각현상을 걸러내는 능력에 따라, 업무능력과 결과물에 현격한 차이가 발생할 것입니다.
또한 챗GPT는 인터넷 초창기와 다르게 이미 일정 수준에 도달한 - 전문가 내지 준전문가 - 사람들에게는 축복으로 작용하고 비숙련 일반 사무직 노동자에게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재앙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당장 저같이 엑셀이 젬병이고 코딩도 전혀 모르고 미술이 양가집 도련님인 사람도 간단한 것이라면 챗GPT를 의존해서 어렵지 않게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제가 못하던 영역을 대신해주던 신입직원은 더 이상 필요가 없습니다.
당장의 편리성에 취해 숙제, 과제, 작문을 챗GPT에게 대행시키는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은 나중에 정말 큰 위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내가 읽고 쓰고 직접 찾아보면서 나만의 논리력, 사고력, 정보체계를 구축해야만 합니다.
모쪼록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 모두 잘 적응해서 개개인의 삶도 나아지고 나아가 우리나라가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오늘도 출근하는 이 땅의 모든 직장인을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