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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라클샘 Oct 13. 2024

엄마선생님

나는 누구의 엄마일까요?

'엄마, 안아줘~~~'

'울음 그치고 나면, 안아줄게. 그리고, 엄마 아니고 선생님'

우리 반에는 아직, 등원 시 엄마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슬퍼하는 아이가 있다.

아이의 엄마도, 나도, 내 동료도 이젠 등원 시 일종의 그 아이만의 루틴으로 여길 정도다.

왜? 어린이집에 오는 걸 싫어하지 않으니까.

딱! 헤어지는 그 순간!

특히나, 주말을 지내고 온 월요일이거나, 휴일을 지내고 온 첫날은 어김없다.

월, 화, 수~~~ 시간이 가면 울음도 짧아지고, 결국 웃고 인사도 안 하고 들어오는 사태? 가 발생한다.

울고 들어와서도 달래주다, 본인이 할 만큼 다하고 나면, 언제 울었냐는 듯, 웃으며 놀이하러 달려가 버린다.

참...^^;;

그리고는 한참을 놀다 갑자기 나에게 달려오며 부른다.

'엄마~~~~~, 아니지 선샘님!'


난, 너의 엄마일까? 선생님일까?




얼마 전, 오랜만에 어린이집 연합운동회가 있었다.

운동회 준비를 하며, 문득 9년 전 운동회가 떠올랐다.

그때 나는 만 4, 5세 혼합반 담임을 하며 주임교사를 맡고 있었다.

우리 아들도 같은 구에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다.

감이 오지 않는가?

그 감이 맞을 것이다.

우리는 연합운동회에 같이 참여했다.

제 각기 자기가 속한 어린이집 소속으로 말이다.

빼박 못 할 선생님의 입장으로 우리 어린이집 아이들을 인솔하고 운동회에 참여했고, 아들은 아빠랑 외할머니와 운동회에 함께 왔다.

새벽에 김밥이라도 싸놓고 출근한 게 그나마 마음의 미안함을 조금 덜 들게 했다고 해야 하나?

운동회장에서 멀리서 서로 손 흔들며 아는 척한 게 일단 전부!

운동회장에서 아들한테 가볼 엄두도 못 내고 우리 아이들을 챙기고 있을 때, 옆에서 바지를 잡아당긴다.

아들이다.

'엄마!' 반갑게 웃으며 나를 불렀다.

'응, 서형아! 아빠랑 할머니랑 왔어?'하고 알면서도 물어본다.

'엄마, 형이랑 누나들 챙겨줘야 해서, 미안해, 아빠랑 할머니랑 잘하고 있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응, 엄마. 알겠어요. 이따, 만나요' 하고는 웃으며 아빠를 찾아간다.

아들에게 미안하면서도, 엄마의 일이 뭔지 알고 있기에 떼쓰지도 않고 도와주는 모습이 고맙기도 했다.

점심도 다른 친구들처럼 함께 못 먹고, 우리 반 아이들 인솔하느라, 그저 한 공간에 있었음에 의미를 둔 그런 운동회였다.

어린이집 운동회가 있을 때면, 그때가 늘 떠올라 미안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난, 너의 엄마일까? 선생님일까?




나도 보육교사지만, 나도 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또 다른 보육교사에게 아이를 맡겼었다.

첫 어린이집은 같은 아파트 단지 내 가정어린이집.

담임선생님도 두 남자형제를 키우고 계신 분이셨는데, 우리 아들을 참 예뻐해 주셨다.(그 반 아이들 다 이뻐하고 잘 봐주셨음, 이건 개인적인 생각임.)

그리고는, 근처 국공립어린이집에 티오가 생겨서 옮기고는 초등입학 전까지 다녔다.

만 2, 3, 4,5, 세 담임선생님 모두, 누나선생님(지극히 내입장에서, 미스인 젊은 선생님들)이셨다.

하지만!

전문가 선생님들!^^

(어머님들 어리고 미스라고 걱정하지 마세요!ㅎ)

연장반 샘들은 저처럼 엄마선생님이셨어요.

제 아들은 연장반은 아니었지만, 저랑 남편이 맞벌이라, 외할머니께서 일주일에 2~3번 이른 하원도 해주셨지만, 나머지날은 퇴근 후 하원이었지요.

그런 날에, 연장반 선생님들이 연장 아이는 아니어도 늦게 가는 아들을 잘 챙겨주셨답니다.

솔직, 저도 직업이 보육교사라 잘 알기에, 전 아들 어린이집에 태클이나 민원을 넣은 적이 없어요.

뭐, 다 잘해주셨으니까요.

여하튼, 저희 아들은 어린이집 졸업하고 초등학교 가고, 지금 중1이지만, 늘 어린이집 이야기하고, 가고 싶어 한답니다.

그래서, 가끔 어린이집에 간답니다.ㅎ

올해도, 스승의 날 즈음 아이가 '엄마, 어린이집 가고 싶을 때 가도 돼요?'하고 묻더라고요.

'그럼, 가도되'.

그리고, 며칠 후, '엄마, 비타오백 사서 어린이집 가요'하고 전화를 했답니다.

더 설명 없어도, 아들의 어린이집 시절은 좋았구나 싶어요.

지금도, 저나 아들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출퇴근길 아주 가끔, 전체 교육 날 가끔 만난답니다.

감사한, 그날의 시간들.

미안한, 그날의 시간들.


난, 너의 엄마일까? 선생님일까?

선생님이 너의 엄마였을까, 선생님이었을까?




엄마선생님.

나는 엄마인 선생님입니다.

내 아들의 엄마이고, 내 아이들의 선생님입니다.

내 아들이 선생님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내 아이들이 엄마라고 부르기도 하는 그런, 그런 사람.

뮤라클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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