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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루코 Mar 11. 2022

잡다한 기록 40

40.



/ 다행히도 눈이 떠져 모닝페이지를 쓰게 되었다. 심신안정에 이르진 못했지만 내가 꽤나 고집스럽고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나는 왜 고여있는가. 나는 왜 흘러가지 못하는가. 나는 왜 많은 변화를 거부하고 힘들어하는가. 타인에게 무척 약해보이고 싶은 욕구가 있는 듯 하면서도 무척 강해보이고 싶은 욕구 또한 있다. 어쩌면 강해보이고 싶은 욕구라기보다는 무시당하고 싶지는 않은 욕구, 인정받고 품어지기를 바라는 욕구 등이 있는 것 같다고.


/ 오늘은 무척 게으른 하루였다. 게으른 하루가 끝나고 밤이 되니 조금은 조급한 마음이 들지만, 잘 했다고 말해줘야지. 아 그러니까, 나한테 잘 했다고, 나는 늘 나의 편이라고 말하는 게 무척 부족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나는 충분히 잘했다고, 충분했다고. 그 말이 언제나 나에게 필요했음을. 


/ 나는 나에게 엄격한 편이다. 내 감정을 알아차리기를 강박적으로 원하는 것 같고 꽤나 파고든다. 파고들지 않은 채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도 한다. 어떤 완벽의 기준이 내 안에 있는가보다. 그 기준에 미달된 내 자신을 견디기 힘들어 하곤 한다. 모든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데도 나에게 오늘 하루 잘 했다, 수고했다, 충분했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지 않았던 것이 갑자기 스스로에게 미안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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