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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뒷동산에 올라 겨우내 나무에 붙어있던 나뭇가지가 아직도 떨어지지 않고 바람에 나부끼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다 떨어졌는데 왜 아직 붙어있을까, 바삭바삭 마른 모양이던데. 자연은 꽤나 치열하게 자리다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 또한 사람의 시선인가 보다. 해를 차지하지 못한 애들은 스스로 썩어 흙으로 돌아가 다른 나무의 양분이 되겠지. 정말 커~다란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었다. 투쟁이 아니었다. 그냥 모두 하나였고, 서로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매 순간 치열했을 뿐이었다.
/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면 갑자기 내가 다른 세상 속에 있는 기분이 든다. 관점은 이래서 중요한가 보다.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똑같은데 앉아 있을 때랑 서 있을 때, 그리고 누워있을 때 보는 세상이 다르고 느껴지는 느낌도 아예 다르다. 생각이 고여서 멈춰 있을 땐, 일부러 외출해서 누워있곤 한다. 다른 관점 플러스, 온 하늘이 나를 안아주는 기분이 든다. 신에게 사랑받는 기분이 든다.
/ 오늘은 편리의 불편함에 대해 생각했다. 이 세상이 편리하게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꽤 많은 불편함을 느낀다. 정말 사소한 거였는데, 내가 원하는 이미지 스크랩북을 아이패드로 만드는 것이 왜 이렇게 마음이 좋지 않을까? 스마트한 자동화 세상이라는 게 내게는 상실, 결여, 단리, 분절로 읽힐 때가 많은 듯싶다. 내가 편리함으로 인해 생략된 불편함들이 사실 너무 중요한 거 아니었을까 불안해서, 그 불안함이 몹시 불편하다. 그냥 조금 더 어려운 과정을 담아서 더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