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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읽고

얇은 넓은 독서가 주는 영감을 더 얇고 아주 짧은 소설로 기억하려 한다 



눈앞의 광경은 무척 이질적이었다. 엄마가 골프채를 들고서 연신 아빠를 두드려 패고 있었다.

주연은 밧줄을 집어 들었다. 만신창이가 된 아빠의 위에 올라타 되는 대로 상체를 꽁꽁 감아 묶었다. 아빠가 다리를 구르며 발악했다. 주연은 아빠의 다리도 묶었다. 목덜미는 쓰렸지만 다행히 살점이 떨어져 나가진 않았다. <중략>

주연은 눈을 감고 좀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골프채로 아빠를 패는 엄마라니, 웃겼다. 실없이 웃음이 삐져나왔다. 주연은 꽁꽁 묶인 채 꿈틀대는 아빠를 향해 중얼거렸다.

"아빠, 이제는 딸도 밥으로 보이나 봐."

<본문 중에서 97 p>






둘 이상 모인 곳에서는 반드시 묻고 따지는 MBTI.

나도 뭐, 신봉까지는 아니지만 사람을 이해하는 데 있어 좋은 자료가 된다.


"내가 좀비로 변하면 어떻게 할 거야? 당신도 골프채로 날 두들겨 팰 건가?"

"응, 죽여야지."

"........"

"그건 당신이 아니잖아. 그건 그냥 좀비. 완전 다른 물성이라고."


한동안 남편은 삐져서 내 근처를 얼씬도 하지 않았다.


MBTI에서 극極I 인 나는 뭐 그러거나 말거나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극極E 남편은 얼마 안돼 백기를 들었다.


"난 당신이 좀비로 변해도 절대 죽이지 않을 거야."

"안돼. 죽여야 돼. 그건 내가 아니야. 꼭 죽여야 돼. 알겠지."


좀비와 같이 살겠다는 ESFP, 좀비는 깡그리 죽여야 한다는 INTJ


아이들이 떠난,

둘 만 남은 텅 빈 거실에 육십을 향해가는 부부.

좀비 논쟁이 여전히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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