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레이크 (2021)
취향과 협업 사이
- 헤이즈를 의외의 방향으로 잘 쓴 곡입니다. 특유의 보컬 톤을 중음역대 중심으로 최대한 뽑아내는 몇 가지 패턴 - 칠아웃 무드송이라던지, 뽕멜로디 알앤비 같은 - 은 이미 식상해졌고, 가왕 이석원이 소위 찌르는 가창에 강한 스타일이라 딱 그 정도의 조합이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 이 곡에서 헤이즈는 클린톤에 기교/습관을 최소로 하며 선명하게 곡을 리드합니다. 오히려 힘을 뺀 이석원이 그녀의 존재감을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노련하게 균형을 잡죠. 맨 처음 헤이즈가 음을 짚을 때부터 명확하게 정립된 이 신선함은, 두 뮤지션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분명 즐거운 발견이 될 겁니다.
- 똑 떨어지는 리듬 배치나 사운드 소스들의 균형, 마이너 코드 위로 80년대 J-pop 스럽게 멜로디를 풀어내는 송라이팅 모두에서 윤상의 존재감을 어렵사리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긴, 이 조합에 프로듀서 윤상을 더하니, 청안(캔디맨) 같은 여성 보컬을 다루던 프로듀서 윤상의 방향성이 (좋은 방향으로) 헤이즈에게 투영된 것 같기도.
- 소소한 아쉬움 입니다만, ‘연주’의 생동감을 보여주기 위한 편곡은 종종 이 곡을 산만하게 만듭니다. 여러 아티스트가 화기애애하게 작업한 훈훈한 광경을 떠올리실 수 있는 감성적인 분들이라면, 크게 의식되지는 않을 정도이긴 해요.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