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심히 Feb 05. 2021

Love Is Here

Starsailor (2001)


- 세상에. 이 앨범이 나온 지 20년이 되었습니다. 세상에. 저도 20년이나 더 늙었네요.


- 과잉의 서사로 악보의 위를 뚫고 애인은 불치병으로 죽이고 모든 고음은 코 뒤쪽에서 흐엉 거리던 2000년대 초 한국 가요의 신파스러움은, 흡사 마라탕면처럼 과한 맛이 매력이되 어쨌든 과했죠. 한국에서 유독 엄청 인기 있던 리알토 까지 굳이 가지 않더라도, 그 시절 브릿팝 신에서 찬란히 빛나던 인기 팀들은 과잉 신파의 맞은편에서, 담담한 밴드 편성의 ‘청승’을 기반에 두고 국내에서도 인기를 누렸습니다. 상실감과 결핍이라는 정서를 대하는 서로 다른 두 솔루션이랄까요. 영어로 쓰인 용비불패에 다음 아니던 당시 NME의 오지랖과, 이를 발 빠르게 수입해 오던 국내 리스너들의 케미스트리는, 돌이켜보면 유치하고 그래서 일견 그리우리만치 훈훈했어요.


- 스타세일러의 데뷔 앨범 [Love Is Here]는 시쳇말로 당시의 한국과 영국이 사랑할 모든 것을 갖춘 음반이었습니다. 담담한 포크락 세팅이 주는 간결함 위를 제임스 월시의 절절히 쥐어짜는 보컬과 러프한 톤의 기타가 치고 들어오며 주는 극적 고양감은 이 앨범의 거의 전 곡을 지배했습니다. 플랫한 멜로디를 소년과 같은 톤으로 부르던 여타 브릿팝 밴드와 달리, 징징거림에 파워풀한 내지름과 넓은 음역대를 겸비한 제임스 월시는 국내의 과잉 신파와도 궁합이 꽤 잘 맞았습니다.


- 앨범의 두 축을 이루는 상징은 ‘Alcoholic’과 ‘Fever’입니다. 어쿠스틱 기타로 쌓아 올리는 구성, 제임스 월시의 직선적인 보컬이 초반부터 곡을 압도하며 등장하는 패턴, 마이너 코드를 주로 사용하며 침울하고 슬픈 정서를 밀어붙이는 점 등에서 [Love Is Here]를 대표하는 강점들이 모두 들어가 있죠. 소위 ‘쉬어가는’ 곡이 딱히 없이 어쨌든 제임스 월시가 강한 존재감을 뽐내는 부분 또한 ‘보컬 앨범’이 익숙했던 국내의 청자들에게는 포만감을 주었습니다.


- 사실 스타세일러의 개인적인 최애작은 [Silence is Easy]입니다.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Four to the floor’나 ‘Bring My Love’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메이저 코드에 찬란하게 쏟아지는 사운드가 황홀했던 ‘Music Was Saved’, ‘Silence Is Easy’ 같은 곡들을 정말 좋아했어요. 실로 불명예스럽게 말년을 보내신 필 스펙터와 Wall of Sound를 제대로 보여준 역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여전히 이들의 커리어 하이는 첫 앨범으로 남았죠. 그만큼 시의적절하게 등장했고, 그 임팩트 또한 강했던 음반입니다.


3.5/5

작가의 이전글 The Concert In Central Park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