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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심히 Feb 05. 2021

The Concert In Central Park

Simon and Garfunkel (1981)


1981년의 밤


1970년, 팝 역사 상 최고의 듀오 중 하나로 평가받는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해체에 많은 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해 이들의 근작이자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Bridge over troubled water]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던 와중에 일어난 일이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훗날 회고되기로, 사람들은 폴 사이먼의 앨범에 대한 끊임없는 집착이 이 듀오의 결별을 불렀다고 돌이킨다. 또 몇몇은 싱어송라이터였던 폴 사이먼에 비해, 보컬리스트로서 앨범에의 참여 면에서 상대적 열세를 보였던 아트 가펑클의 열등감 또한 불화의 도화선이 되었을 거라 이야기한다. 어쨌든, 훗날 아트 가펑클이 인터뷰를 통해 당시 폴 사이먼의 광기에 가까웠던 앨범에 대한 집착을 거론하기 전까지 나돌았던 수만 가지의 이야기들은 6, 70년대 이들이 지닌 지위를 마치 거울처럼 투영했다. 


솔로로 전향한 이후 제3세계 음악의 전파자로, 또는 가장 미국적인 음악을 투영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지속적으로 대중에게 노출되었던 폴 사이먼, '사관과 신사'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가수보다는 연기자(1973년 [Angel Clare]라는 솔로 앨범을 내기도 했다. 이 앨범에서는 국내에 '안녕, 프란체스카' 삽입곡으로 국내에서 뒤늦게 다시 주목받은 'Travelling Boy'가 수록되어 있다)로 더 활발히 활동하던 아트 가펑클. 이들이 단 1회의 재결합 공연 사실을 공표한 것은 해체로부터 10년이 훨씬 지난 1981년이었다. 


물론 이들이 지난 10년 간을 남남으로만 지낸 것은 아니었다. 해체가 누구 못지않게 아쉬웠을 음반사 측은 1972년 [Greatest Hits]를 발매해 수백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이들의 이름을 지속 가능한 현재로 유지했으며, 폴 사이먼이 발매한 솔로 앨범 중 최고 히트작 중 하나였던 1975년작 [Still crazy after all these years]의 수록곡 'My little town'에서는 아트 가펑클이 피처링으로 참여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들이 공식석상에 다시 '사이먼 앤 가펑클'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해체 이후 처음이었다. 


센트럴 파크에서의 이 라이브 공연은 자타가 공인하는 그들 최고의 공연(共宴)으로 기억되고 있다.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무료로 펼쳐진 단 1회의 공연. 이 자리에는 50만 명의 관객이 몰렸고, 듀오는 10년의 세월을 지나 더욱 정갈한 하모니를 선보이며 지난 10년의 기다림을 보상했다. 최고의 공연이라 하지만 그 콘텐츠는 단촐하리만치 본질적이었다. 앨범의 드라마틱한 사운드 장치들을 걷어낸 자리에 들어선 생기 넘치는 연주, 그리고 두 사람의 목소리. 사이먼 앤 가펑클은 2시간이 넘어가는 공연을 연주와 노래만으로 채웠다. (앙코르에서는 통기타와 하모니만이 전부였다.) 폴 사이먼이 1960년대에 골몰하며 만들어낸 앨범 속에서의 다양한 사운드 연출이 사라지면서, 공연 속 노래들은 듀오의 하모니와 노래 자체의 멜로디에 보다 집중되었다. 더 이상 포크가 시대의 음악 화법이 아니게 된 80년대에, 사이먼 앤 가펑클은 '포크'듀오보다 '듀오' 자체로서의 자신들을 내보였다. 귓전을 때리던 에코가 사라진 콘서트 버전의 'Boxer'는 점층적으로 고조되어 가는 곡의 전개를 둘의 하모니와 연주의 세기 만으로 능란하게 재현했고, 기타 현의 울림만으로 밴드 편성을 대체하며 서정성을 더한 'April come she will'이나 포크 록으로서의 60년대식 선구자성을 배제한 통기타 라이브 'Sound of silence'는 송라이팅 자체의 매력을 배가했다. 이들이 남긴 대부분의 히트곡들, 폴 사이먼의 솔로곡들, 1950년대 이들이 Tom and Jerry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당시 불렀던 노래들과 Everly Brothers의 커버곡에 이르기까지 20여 곡의 노래들이 성실하게 셋리스트를 채워나갔는데, 담담한 중음역대의 폴 사이먼과 '천상의 미성'으로 불리던 아트 가펑클의 조화는 순간순간 아름다움을 자아내며 지나가는 시간을 아쉽게 만들었다. 


이들은 포크를 기반으로 접목시켰던 다양한 실험적 요소들과, 주변의 선도적 아티스트들에 뒤처지지 않는 기민함으로 트렌드의 선두권을 유지해 왔지만, 이 공연을 통해 10년이 지난 시점에 '아띠스뜨'로서의 자존감을 재확인하려 하기보다는, 그 시절 자신의 노래를 즐겼던 이들에게 최대한의 따스함과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했다. 이 여유와 노련함은 절정의 인기 듀오이던 시절, 또는 차별화와 경쟁 속에서 이를 유지하기 위해 골몰하던 시절에는 그들도 관객들도 미처 바라지 못했던 축복이었다. 1981년 가을의 어느 밤은 그렇게 아름다웠다.


5/5

 

p.s. 1. 내용 자체로는 나무랄 데 없는 공연이었지만, 좋은 의도로 선하게, 그래서 평화롭게 펼쳐진 공연이었음에도 한 가지 아쉬운 점 또한 있다. 폴 사이먼이 솔로곡을 노래하던 도중 무대 위로 웬 남자가 난입해 소동을 피우면서 공연이 한순간 중단되는 일이 있었는데, 이의 정확한 원인을 아시는 분은 제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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