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보고싶습니다.
할머니, 할머니, 보고싶어서 자꾸 부르게 됩니다. 추석이 되니, 책상 한켠에 할머니와 벤치에 앉아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한 컷을 자꾸 쳐다보게 됩니다. 할머니, 하늘에선 어떻게 지내시나요? 하늘은 할머니의 고생을 씻어주는 곳이면 좋겠습니다.
한가위가 되니 할머니의 음식이 생각납니다. 할머니께서 해 주셨던, 쑥설기떡, 잔치국수, 김치전... 그 당시엔 그 음식들의 귀함을 왜 몰랐을까요? 할머니의 솜씨를 잊을 수 없습니다. 제 입맛의 기본이 되었습니다. 따라하려고 해도 그 맛이 나지 않네요. 할머니의 음식을 이젠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아쉽습니다.
할머니도 평범한 여자이셨습니다. 저에게 치마 두 개를 보여주시며, "이 치마가 예쁘냐, 저 치마가 예쁘냐"라고 물어보시며 단장을 하셨습니다. 어린 내가 방에 있다가 밤에 할머니 방으로 가면, 언제나 베개 하나를 떠 꺼내서 "같이 잘래?"하셨던 할머니가 너무 보고싶어요. 할머니가 저에게 들려주셨던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는 기억 하시나요? 저는 할머니가 해주는 얘기가 듣고 싶어서, 이미 다 아는 내용인데도 계속 할머니 무릎팍을 베고 할머니께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곤 했었죠.
할머니는 경로당에 다녀오시면 "누구 손녀는 용돈을 얼마를 줬다더라." 하며 부러워 하셨습니다. 이젠 드리고 싶어도 드릴 수가 없게 되었네요. 저의 인생의 동반자를 할머니가 보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용돈 조금이라도 드렸으면 할머니가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이젠 할머니를 기억만 할 뿐입니다.
저의 어린 시절의 7할은 할머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할머니는 순수하신 분이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어찌나 큰 사랑을 갖고 계셨는지.. 아직 6살인데 초등학교에 가고 싶다고 떼를 쓰는 손녀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가서 사정사정하던 할머니. 할머니같은 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당신의 마음처럼 살 수 있을까요? 조건없는 더없이 깊은 사랑이었습니다.
괜히 추석이 되니, 할머니가 사무치게 보고싶습니다. 그 때 한번 더 안아드릴걸 후회합니다. 할머니를 안고 손을 잡고 뽀뽀를 하며 애교를 부릴 때 할머니가 "아이고"하면서도 좋아하셨던 그 모습이 생생합니다.
할머니의 마지막 야위었던 모습이 생각나 가슴이 아픕니다.
전 할머니에게 참 사랑을 배웠습니다. 할머니 덕분에 어른들을 존경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저도 할머니의 깊은 이해심을 닮고 싶습니다.
하늘에서 조금만 계세요. 할머니 덕분에 큰 이 손녀는, 행복하게 컸습니다. 절대 할머니를 잊지 못할거에요. 사랑하고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