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천리길을 따라 5

2코스: 진안고원길

by 임다래


3.10.일. 금강천리길 2코스 걷기


주말 시간은 일 분 일 초가 아깝다. 조금 더 느린 걸음, 느린 마음을 갖고자 시작한 발걸음이지만 직장인 인천에서 주말 옥천집을 오가는 한 주간은 늘 시간에 쫓긴다.


다행히 유연근무라 금요일은 3시에 퇴근한다. 빠듯하게 인천에서 서울역으로 서울에서 대전역으로 대전에서 심천역으로 심천에서 옥천집으로 이동하다 보니 예전 체력이 아님을 여실히 느낀다. 금요일 저녁 식탁에 늘 와인이나 쏘맥이 함께 하는 이유다. 직장과 집을 오가는 그 자체가 피로한 여행인 지라 월요일 아침이 오기까지는 매 걸음이 휴식이길 바라게 된다.


지친 나를 기다려 위로해주고 함께 걸을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이번 코스는 21개 코스 중 2코스와 3코스를 연이어 완주할 수 있는 코스인데 상당히 길다. 17.3km여서 단번에 걷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인천 다목적 실내구장에 차를 세워두고 용담댐 물문화관까지 걸으면 12.3km로 올댓스탬프 상에스는 2코스 완주 인증이 된다. 이번에도 대장님이 함께 하였고, 주먹밥까지 준비해서 첫 트레킹코스 때보다는 든든한 배낭을 맸다. 1코스 때 안내판과 어플이 명확하지 않아서 헤맸던 경험이 있겠다, 코스도 훨씬 길겠다, 안전에 대해 예민한 대장님도 새벽부터 요모조모 챙기셨다.



2코스와 3코스: 진안고원길 코스북


고대 왕들은 물길을 다스리는 일을 가장 주요한 정사로 여겼다. 생존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물 아니던가. 물은 생명을 살리며, 고저(높낮이)의 기준이 되며, 스스로 정화하는 능력을 갖추었으며, 어디 한 곳도 스며들지 않는 곳이 없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순리를 일깨워준다. 더하여 하늘, 태양, 달, 구름, 산, 나무, 사람을 담아 그대로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가장 큰 이동수단이요, 가장 훌륭한 풍경을 자아내는 자연이 바로 물길인 것이다. 어찌 중히 여기지 않을 수 있을까.


2코스 시작점인 안천 다목적실내구장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길을 잘 몰라서 동네 어르신께 여쭈어 보면서 코스를 찾아갔다. 마을이 특이했던 것은 집집마다 문패가 있다는 것이었다. 안주인과 바깥주인 이름이 나란히 적힌 나무 문패였다. 절로 미소가 머물게 하는 마을을 가로질러 망향동산에 올랐다.


큰 물길을 만들며 내어준 마을들,

고향을 잃고 떠나가야 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안천면 망향동산에서 금강과 마을을 굽어 보았다. 나고 자랐던 정든 고향마을을 잃긴 했을 지라도 멀리 가시진 않았으리라. 이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머무는 곳, 아마 물줄기 가까운 어느 마을에 머물며 강물처럼 살아 가시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안고원길을 천천히 걸으며 만나는 모든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는데, 모두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주셨고 안전을 응원해 주셨다. 1코스 때와 다르게 마을이나 갈래길이 있는 곳마다 안내 띠지나 표식이 노랑과 분홍으로 되어 있어서 길을 찾기도 수월했다.


봄햇살 가득한 학륜당 마루에 앉아 아침에 싼 주먹밥과 커피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쳇바퀴처럼 돌던 일상에서 벗어나 옛 사람들의 정취를 따라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는 하루가 참 감사했다. 길을 못 찾는다고 타박하며 앞서가던 대장님도 어느 순간 마을을 담고, 뒤에 서서 내 모습을 담아주고 있었다.


구곡 마을회관 인근의 버스 정류장에 앉아 쉬었고, 또 한 번은 '삼락쉼터'라는 무인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쉬었다. 삼락쉼터라. 이름도 참 좋다. 세 가지의 즐거움이 있는 쉼터라는 의미로 이름 짓지 않았을까. 세 가지의 즐거움이 무얼까. 눈 앞에 펼쳐진 용담호의 풍경을 보는 즐거움, 고단한 여정에서 따뜻한 음료로 피로를 푸는 즐거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즐거움이 있는 쉼터라고 나름 정리해보았다.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갈마들며, 큰 물길과 작은 물길 곁을 거닐며 우린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걸음을 옮겨 용담댐 물문화관에 이르렀다.


자, 목적지에 도달했다. 하지만 주차해둔 안천면 다목적실내구장까지는 어떻게 되돌아 갈지.


우리 대장님 물문화관 관람보다 되돌아가는 차편 알아보느라 분주하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진안군에서 지원하여 운행하는 행복택시가 있다는 고급진 정보를 알아냈다. 1시간 전에 예약만 하면 1인 천 원으로 군내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는 콜택시다. 때마침 출발 직전인 행복택시를 발견하고 우린 힘껏 달려갔다.


이런 구세주라니, 진안군의 복지에 감동했다. 행복택시를 타고 오는 내내 행운의 미소가 머문다. 이런 복지를 다른 농촌지역에서도 실시하고 있을까,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가지마다 새순이 움트고, 꽃망울이 곧 터질 것 같던 날!

우린 넉넉한 생명의 물길을 품고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안천면 망향의 동산




굽은 소나무 두 그루


마을을 굽어보며 자란 소나무
중리 마을 입구의 안내표지
학륜당
학륜당 툇마루에서 간단한 주먹밥과 커피 한잔을 마셨다
용담호로 흘러가는 금강 줄기
길잡이가 되어 준 진안고원길 이정표
용담댐 물문화관 인근의 무인카페 '삼락쉼터'
삼락쉼터에서 바라본 용담댐 풍경
진안군 안천면 행복콜택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