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나 Aug 11. 2022

[매일 다르게 그려지는 오늘  - 하루의 의미와 위로]

하늘과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그림을 보며

우리는 매일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일어나서 알람을 끄고, 몸을 일으키고, 하루를 준비하고, 밥을 먹고, 공부를 하고, 일을 한다.

매일을 그렇게 살다보면, '오늘의 이 하루가 어떤 의미인가'하는 답을 내리기 어려운 한 질문에 사로잡히곤 한다.

어떤 때는 그 질문을 던지는 것조차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때론,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으로 깊고 어두운 구덩이에 빠져 홀로 허우적거리곤 한다.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하루는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나는 햇살을 좋아한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내 방 문을 나오면 거실의 넓은 창이 가장 처음 나를 맞아준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것은 주로 다른 아파트 건물들이다.

수많은 건물들이 빼곡히도 들어서 있다.

저 많은 건물들을 보며,

'아, 저 각 건물 하나하나에 나와 같은 한 명 한 명이 저마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시선을 건물이 아닌 그 나머지 공간으로 돌려보면 다른 것이 보인다.

건물들 위로 있는 하늘, 계절과 시간마다 다른 위치에서 빛나는 태양, 저 멀리 살짝 보이는 산과 물,

매일 바쁘게 움직이는 차들.

시선을 이것들로 돌려보면 갑자기 우리집 창문은 매일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는 액자가 된다.


그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햇살'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다른 그림을 그려내곤 한다.

맑고 깨끗한 날 아침에는, 모든 것이 '처음'의 기운을 품은듯이 신선하게 빛난다.

마치 세상의 모든 기쁨과 슬픔, 영광과 실패가 잠잠해지고 그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지는 것 같다.

그것이 우리 인간에게 낮과 밤, 일과 잠이 허락된 이유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태양이 뜨는 방향에서 빛을 받은 건물들은 그 반대편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내고,

빼곡한 건물들의 무리들 속에서는 매순간 다른 그림자 그림들이 그려진다.

아침의 햇살은 상쾌함을 가득 실은 투명하고 맑은 색이라면,

해질녘의 햇살은 하루의 모든 희로애락을 다 품은 듯 황금빛의 성숙한 빛을 띄고 저문다.

심지어 그 황금빛으로 우리들에게 매일 조금씩 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로 주고 자신의 일을 마친다.

그렇게 해는 매일, 묵묵히, 자신의 일을 반복한다.




집에서 우연히 마주친 햇살

이 해의 삶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쩌면 해처럼 매일 맑은 새로운 빛을 실어나르고, 매일 다르게 주어지는 하루 속에서 기쁨과 슬픔 때론 사랑과 절망을 느끼며, 그 속에서 매일 더 깊어져 아름다운 황금빛으로 숙성되어,

그 빛으로 옆에 있는 사람들과 세상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주는 것..

이것이 우리 삶의 목적 아닐까?

해는 매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매일 다른 그림을 그려낸다.

햇살이 집안에 드리운 그림자 그림

우리의 삶을 창문 액자에 실린 풍경이라고 생각해보자.

건물도 항상 그 자리에 있고, 하늘도 항상 그 자리에 있고, 해도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산과 물도 항상 저기 있다.

하지만 매일의 그림이 다르다.

햇살줄기 포착


어떤 날은 해가 쨍하고 맑지만, 어떤 날은 미세먼지가 가득 껴서 회색빛이다.

어떤 날은 비가 오고, 어떤 날은 하얀 눈이 내린다.

'매일 다르게 그려지는 오늘', 이것이 우리의 삶이다.

매일 '이 순간'밖에 살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매일이 그저 저기 서있는 건물같이 똑같게 느껴지겠지만,

삶을 창문 액자의 풍경으로 본다면 건물 같은 오늘에도 매일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그리고 매일이 다른 풍경이기에 '오늘의 풍경'이 아름답다.

어제와 다르기 때문에, 내일과 다르기 때문에.

오늘이라는 하루가 의미 있다.

오늘을 불평하지 않고 감사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글을 쓰다보니 클로드 모네(Claude Monet;1840-1926)의 작품들이 생각났다.

그는 같은 장소가 햇빛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를 그림에 담아내고자 했던 화가이다.

앞서 나눴던 이야기와 모네의 그림을 보며 한주를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괴테 <파우스트> 음악작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