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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Aug 15. 2022

스타벅스 로고 속 여인이 클래식 음악에도 등장한다고?

1편 | 치명적인 마력을 지닌 인어 '세이렌'과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

길거리를 걷다보면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카페, '스타벅스'.

현대인들의 일상에서 스타벅스는 일상에서 너무나 친숙한 브랜드이자 카페의 대명사이다.


대학생들은 과제를 할 일이 있으면 '스타벅스 갈래?'라고 말하며 흔히 '카공'(카페에서 공부)을 하고,

직장인들이나 비즈니스맨들은 이곳에서 필요한 작업을 하거나 미팅을 하곤 한다.

또한 연인들이나 친구들끼리 편안한 시간을 즐기는 장소이기도 하고,

그저 잠시 쉬고 싶을 때 스타벅스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만큼 스타벅스는 우리 일상에서 너무나 친숙한 브랜드이다.

그런데 이렇게나 친숙한 브랜드인 스타벅스의 로고 속 이 여인을 혹시 아는가?

나는 때때로 스타벅스에서 차를 마시며 '이 여자의 정체는 무엇일까?'하고 고민하곤 했다.

그래서 이 여인의 정체를 찾아보곤 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대체 이 여인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미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로고 속 여인은 바로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 속의 반인반수 인어 '세이렌'(Siren)이다. 전설에 따르면 세이렌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바다에 사는 님프(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로, 원래는 신체 일부가 새의 모습을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에게는 '인어'로서의 세이렌이 더욱 친숙하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익히 아는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가 바로 고대 그리스 신화의 세이렌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현재 세이렌을 인어로서 알고 있다.



'세이렌'과 스타벅스

그렇다면 이 인어 세이렌은 어떤 존재였을까?

그리고 스타벅스는 왜 하필 많은 캐릭터 중에 이 세이렌을 로고의 주인공으로 선택했을까?


| 인어 '세이렌', 아름다운 목소리로 항해자를 유혹해 침몰하게 만드는 바다의 마녀

전설에 따르면 세이렌은 치명적인 마성을 가진 존재였다. 그녀는 바다의 바위섬에 살며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존재였다. 그런데 예로부터 문학 및 신화에서 살펴보면 세이렌은 '여성의 유혹' 또는 '속임수'를 상징해오곤 했다. 왜냐하면 세이렌은 바위섬에 배가 가까이 다가오면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사용해 노래함으로써 항해자들을 유혹하고 바닷물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세이렌은 치명적이면서도 위험한 힘을 가진 '바다의 마녀'였다. 이러한 세이렌에 대한 이야기는 예로부터 많은 문학가와 예술가들의 소재가 되었으며, 대표적으로 세이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문학으로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가 있다.


| 스타벅스의 상징, '세이렌'

그렇다면 이렇게 위험하고도 치명적인 존재 세이렌이 왜 스타벅스의 심볼이 되었을까?

세이렌의 이야기를 알고나니 더욱 궁금해지지 않는가?


스타벅스를 탄생시킨 하워드 슐츠의 말에 따르면, 세이렌을 스타벅스의 상징으로 선택한 것은 세이렌이 항해자들을 홀린 것처럼 커피로 사람들을 홀려서 커피를 마시게 하고자 하는 의도였다고 한다.

그에 따라 온 세계의 사랑을 받는 스타벅스의 로고 마크는 스타벅스 설립 시기인 1971년부터 주욱 세이렌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지금의 성공으로 보니 창업주의 의도대로 스타벅스가 세이렌처럼 사람들을 잘 '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로고 한번 참 잘 정했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세이렌이 어딘가에서 살아서 그 마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아닐까!



'세이렌'과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


그런데 이 세이렌이 우리에게 친숙한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Claude A. Debussy, 1862-1918) 음악의 소재로도 사용되었다는 사실 아는가?

앞서 말한 것처럼 세이렌은 예로부터 많은 예술가들에게 소재로서 사랑받아 왔는데, 특히나 드뷔시가 활동했던 시기, 즉 19세기-20세기 프랑스에서 세이렌은 굉장히 매력적인 상징적 소재로 다가왔다. 그에 따라 드뷔시를 비롯한 많은 프랑스 작곡가들이 세이렌의 전설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 드뷔시의 『야상곡』 3악장, '세이렌'(Sirènes)

드뷔시의 작품 중에는 세이렌과 같은 물의 정령 또는 요정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들이 몇 개 있는데,

오늘은 그 작품들 중 '세이렌'(Sirènes)이라는 제목을 가진 한 합창곡을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그의 관현악 작품 『야상곡』의 3악장 '세이렌'이다. 이 제목은 드뷔시가 붙인 것이다.


이 곡은 가사 없이 여성들만 노래하는 합창곡이다. 여기서 '가사 없이'라는 말에 주목해보면, 이것은 마치 항해자를 유혹하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세이렌의 울음소리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특별한 가사 없이 그저 하나의 소리로서만 울려퍼지는 여성들의 신비로운 목소리는 선원들을 홀리는 세이렌의 치명적이고도 위험한 외침 같다.


노래의 멜로디는 마치 신비로운 물의 세계와 같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정처없이, 그리고 신비롭게 움직인다.

 멜로디를 타고 들리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세이렌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 그리고 동시에 위험하면서도 더욱 궁금해지는 관능적인 마성을 느끼게 한다. 관현악 악기들 역시도 환상적인, 그리고 동시에 치명적인 물의 세계와 세이렌을 표현해낸다. 음악을 들으면 '세이렌의 노래를 듣던 선원들의 마음이 이랬을까?' 하는 기분이  정도로 세이렌의 마력에 홀리는 기분이 든다. 한번  마성의 음악을 들어보자.


드뷔시는 익히 잘 알려져 있듯이 '인상주의'(Impressionism) 작곡가이다. 미술에서 먼저 시작되었던 인상주의의 주요한 모토는 대상의 순간적인 인상을 잘 포착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상주의에 영향을 받아 발달하게 된 인상주의 음악은 상징주의(Symbolism)의 영향을 받아 성장하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드뷔시의 음악은 어떠한 대상의 인상을 포착해내고, 그것을 음악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이곤 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이전에 없던 화성이나 음악적 색채, 모호함 등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인상주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나갔다. 이 곡에서도 역시 그의 그러한 인상주의적 음악기법들을 살펴볼 수 있다.


한편, 드뷔시가 활동했던 19세기 말 - 20세기 초의 시기프랑스의 '벨 에포크'(Belle epoque) 시기로서 파리 만국 박람회를 통해 세계 곳곳의 다양한 문화들이 들어오고 기술과 교통이 발달되는 등 큰 변화와 성장을 경험하고 있었다. 한편, 이러한 배경 속에서 사람들은 거리를 거닐며 도시를 배회하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시대적 고뇌에 빠져 도시를 방황하며 거닐거나 밤마다 가면 무도회를 열며 관능을 즐기기도 하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드뷔시를 비롯한 프랑스인들에게 '세이렌'은 상당히 매력적인 존재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상당히 위험한 존재이나 한번 빠지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치명적인 마력을 지닌 물의 마녀. 어느 비평가는 드뷔시를 "음악계의 클림트"라고 칭하기도 했다고 한다. 클림트보다는 성적인 암시가 더 절제되어 있지만 클림트와 같이 그도 아찔한 아름다움에 관한 환상을 창조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음악가였다. 그가 세이렌이라는 치명적인 존재를 자신의 음악 소재로 사용한 것은 아마 필연적인 끌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가,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타벅스의 여인 '세이렌'이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가 드뷔시의 음악에도 등장했다는 사실이 참 흥미롭지 않은가?

이와 같이 우리는 생각보다 가까운 일상에서 흥미로운 음악 이야기들을 찾아볼 수 있다.


흥미가 있다면 꼭 드뷔시의 관현악곡 '세이렌'을 들어보길 추천하며, 다음에는 이 이야기의 2편으로 이어가보겠다:)



참고자료: <드뷔시의 파리-벨에포크 시대의 초상>(캐서린 카우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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