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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앱 Mar 04. 2021

'학폭'의 진짜 가해자는 '시스템'이다

[인터뷰] 극공생집단 야기 연극 '플라타너스' 이준성 연출

새학기가 시작된 3월입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예전만큼 들뜬 분위기는 아니어도, 학교에서는 새로운 반 아이들이 벌써부터 친구가 되어가고 있겠죠.


연극 ‘플라타너스’는 요즘의 새학년, 새학기의 분위기와 무척 닮아 있는 작품입니다. 실제로 고등학교 1학년 한 반 반 아이들이 보낸 1년 간의 학교 생활을 다룬 연극이기도 하고요. 대부분의 학교에서 2021년 첫 학기가 시작된 3월 첫 평일, ‘플라타너스’를 무대에 올린 ‘극공생집단 야기’의 이준성 연출을 만났습니다.  


‘극공생집단 야기’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2018년 친구들과 세 명이 함께 창단했어요. 대학 졸업 후 대학로에서 구르다(?) 보니 공연계 시스템을 알게 되고 혼자서는 버겁다고 느꼈거든요. 같은 대학 출신인 두 친구도 저와 비슷한 처지였고, 우리끼리라도 의지해 보자는 생각으로 극단을 결성한 거죠. 처음엔 단막극 위주로 하루 짜리 공연을 주로 했어요. 관객도 거의 지인이었고요. 우리 작품이 어디까지 통할 수 있을지 실험을 한 셈이에요.


연극 ‘플라타너스’를 제작하게 된 배경은요?

'플라타너스'는 우리의 첫 장편극이자 정식 창단작이에요. 서울시 공연업회생프로젝트에 지원사업에 당선돼 제작하게 됐죠. 원래는 3년 전 썼던 단막극이었어요. 학교 폭력에 관한 내용이었고,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방관자들을 다룬 이야기였죠. 지나고 보니 흔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어서 장애 학생으로 소재를 바꾸게 됐어요. 그러면서 각자 사연이 있는 아이들, 그리고 이들이 뭉쳐진 생태계에 초점을 맞췄어요.



‘뇌전증’이란 장애를 소재로 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장애인 중에서도 뇌전증 장애인은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어요. 우리 주위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고, 증상 역시 일반인과 함께 생활하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죠. 그런데 사람들은 일단 장애인이라고 하면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여기고 편견이나 오해를 가져요. 약자니까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도와주는 걸 당연한 듯 선한 행동이라고 판단하는 시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었어요.


‘플라타너스’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사회는 일종의 생태계에요. 각자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취해야 할 스탠스를 취하죠. 문제가 생기는 건 스스로를 위한 스탠스의 경계가 타인과 부딪칠 때에요. 크게 부딪칠수록 완전히 사고가 일어나 버려요. ‘플라타너스’를 통해 이런 상황이 누군가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틀이 잘못 설계됐을 뿐이고, 학교와 학부모, 교사가 쌓아 온 시스템이 문제인 거죠. 아이들을 한 곳에 때려넣는다고 해서 똑같이 잘 클 거라는 생각 말이에요.


학교 교육 시스템에 대한 문제 의식이 특별하신 듯 해요.

학교는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어요. 학교폭력이나 왕따 같은 건 세대가 바뀌어도 그대로 남아있죠. 다음 세대에게 완벽한 학교 환경을 물려줄 순 없어도, 잘못된 시스템 생태계를 벗어나 다음 틀을 만들어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극 중 캐릭터들의 이름을 꽃, 과일에서 따온 게 독특하던데요?

대사를 쓰기 전에 이름부터 지었어요. 워낙 무거운 소재라 동명이인이 상처받을 수도 있으니 흔치 않은 이름을 쓰고 싶었죠. 현실에 존재하지 않았으면 싶은 이름과 지명들로 너무 한국적이지 않은 세계를 그리고 싶었어요. 그렇게 시놉시스만 있는 상태에서 뜻을 담아 캐릭터 이름을 짓고 나니 대본이 술술 써지더라고요.


캐릭터 이름과 성격 사이 상관관계가 궁금해지는데요?

예를 들어 극 중 백장미는 “약자라고 해서 꼭 선한 사람은 아니다”라는 대사를 해요. 실제 백장미는 자연종이 아니라 만들어진 원예종이거든요. 이 점에 착안해서 언제나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어요. 한편으로는 항상 예뻐지길 바라면서 가꿔지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있죠. 백색이 주는 순결한 이미지를 우연히라도 물들기 싫은 심리에 대입하기도 했어요.


코로나 상황이 벌써 1년째입니다. 극단 운영은 좀 어떠세요?

당장 ‘플라타너스’도 다시 공연하고 싶어요. 하지만 공연을 올린다 해도 객석이 반토막이니 수익이 나질 않아요. 그래서 요즘엔 웹드라마 형식에 연극적 요소를 더한 유튜브 컨텐츠를 준비중이에요. 아마 4월 초에 공개될 것 같아요. 한편으론 ‘플라타너스’를 소설로 쓰고 있는데, 올해 중 공모전에 도전하고 출간도 할 생각입니다.


이제 막 첫 기지개를 켠 연극인이라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준성 연출의 생각은 깊고 또 따뜻했습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은 물론, 소속 배우들과 무대, 관객에 대한 애정과 열정도 남달랐죠. 이런 그에게 공연실황 OTT 플랫폼 레드컬튼과의 만남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레드컬튼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미래에 대한 이정표로 남았습니다.


"아직은 관객들이 연극, 뮤지컬 공연을 실황영상 스트리밍으로 보는 게 어색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유튜브도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이렇게 유행할 줄 몰랐던 플랫폼이잖아요. 익숙해지다 보면 널리 퍼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해요. 흔히 연극, 뮤지컬을 관람은 데이트 문화이거나 특별한 날 추억거리로 여겨지는데, 실황 스트리밍을 통해 영상으로나마 공연이 익숙해지다 보면 현장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죠. 제작사 입장에선 일반 대중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거 아닐까요?"


연극 '플라타너스'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레드컬튼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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