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G TALKS _ 환경 매거진 FEBº
이엪지의 인터뷰 시리즈 [EFG TALKS]의 핵심 키워드는 ‘발견과 알아차림'입니다. 이엪지는 자신만의 예민함으로 세상을 직시하고, 일상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느끼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아시나요? 학창 시절 창체 시간에 적어도 한 번은 보셨을 명작이죠. 어렸을 때는 보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였는데, 최근에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키팅 선생님 역을 맡았던 로빈 윌리엄스의 대사 한 마디가 기억에 남아요.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의 도구가 되지만 시와 아름다움, 낭만과 사랑은 삶의 목적인 거야.”
이 대사를 들으니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삶의 목적씩이나 되는 시와 아름다움, 낭만과 사랑은 어디서 발견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안고 산책을 나간 지 10분도 안 돼서, 저는 답을 찾을 수 있었어요. 바람에 나부끼는 풀들, 잎사귀들이 스치는 소리, 흐르는 물결, 다양한 새들이 옹기종기 모여 먹이를 찾는 모습들, 그리고 그걸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 나까지. 그 연결됨은 마치 색색의 물감이 합쳐진 그림 같았어요. 그걸 느낀 순간 제 앞에 펼쳐진 자연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죠.
그런데 여기, 자연의 아름다움을 직접 찾아 나서는 걸 넘어 책으로 엮는 사람들이 있어요. 환경 아카이브이자 잡지 브랜드인 FEBº인데요. 지난 2호에서는 지속가능성과 비거니즘, 패션 등을 소개했다면, 최근 펀딩 중인 3호에서는 우리 삶 속에 녹아있는 ‘숲’을 조명한다고 해요. 더 나은 지구를 위한 FEBº 팀의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매거진 FEBº 디렉터 연주라고 합니다. 환경을 문화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산업과 사람을 취재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텀블벅에서는 매거진과 굿즈를 포함해서 총 네 번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었고요. 둘이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저까지 다섯 명이 팀으로 매거진을 만들고 있어요. 항상 인터뷰에서는 질문만 하다가 이렇게 받게 되니 새삼 기분이 새롭네요.
환경을 문화로 만든다니 좋은데요. 환경이 문화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누구나 환경에 관심을 갖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게 자연스러워지는 거죠. 사실 환경도 충분히 트렌디하고 멋지고 재미있는 주제인데, 아직은 특정 사람들만 관심을 갖는 분야인 것 같아요. 누구나 알고, 쉽게 체감할 수 있지만 일상적으로 말하는 주제는 아니죠. 특히 환경문제라고 하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방관자가 된 듯한 죄책감도 들어서 더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저는 이 문제에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환경문제는 솔루션도 다양하고 논쟁거리도 많고 관점도 다양하죠. 저희는 친환경 기업이 아니라서 환경을 위해서 무엇을 하라고 정답을 제안하지 않아요. 다만 그 누구라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문제를 내는 역할이고 싶어요. 푸는 방법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그 문제를 보게 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발돋움이라고 생각해요.
듣다 보니 이엪지와 FEBº가 무척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마다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기 위해 기꺼이 질문을 던지는 일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많고 많은 분야 중에 왜 ‘환경’ 매거진일까 궁금하기도 해요.
사실 FEBº가 처음부터 환경을 다룬 건 아니었어요. 세상에 관심이 필요한 문화를 조명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매거진이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서브컬처를 다루려고 했죠. 1호부의 주제도 환경이 아니라 신인 가구 디자이너였어요. 우리나라 신인 디자이너들이 조명받기 힘든 현실을 조금이나마 비춰주고 싶어서 시작했죠.
그렇게 각 호마다 다른 분야의 문화를 취재하려고 했는데, 환경 관련 취재를 시작하고 나니까 그쪽으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이야기가 정말 다양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아주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방향을 바꿔서 2호부부터는 환경을 시작으로 친환경 다이어리를 제작했고, 현재 펀딩 중인 3호부도 ‘숲’으로 담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FEBº는 환경을 문화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지금의 FEBº가 있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네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FEBº가 더더욱 궁금해지는데요. 이번에 나온 3호 얘기를 좀 더 듣고 싶어요.
이번 3호는 ‘숲'을 주제로 했는데요. 일상의 숲을 꺼내보고 기억하자는 의미로 만들었어요. 사실 숲이라고 하면 개인이 관심 가지기엔 어려운 주제라고 느껴지잖아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가 가장 쉽게 만나는 자연이 ‘숲’이거든요. 내 방안에 화분 하나, 길거리에 있는 가로수들, 놀이터의 정원 같이 아주 가까운 자연이죠.
그래서 도시숲부터, 숲에 대한 책과 영화, 식물 인테리어, 화분을 만드는 브랜드 소개까지 아주 다양한 자리에서 숲을 이야기했어요. 나무를 얼마나 심어야 하는 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나에게 식물이 필요한 이유를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제목도 For rest, FOREST에요. 우리에게 쉼을 주는 일상의 숲을 일깨워주는 내용이 담겨있답니다.
우리가 흔히 알던 대자연의 숲이 아닌, 일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식물들로 이루어진 숲을 보자는 거군요. 새로운 접근이라 흥미로워요. 그동안 매체에서 접한 숲은 원시림이라던가, 그 규모가 매우 크다 보니 도시에 사는 저와 멀게 느껴졌거든요. 색다른 시선에서 숲을 보려는 시도가 멋지네요.
안 그래도 저는 이번 3호 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걸 알게 됐어요. 콘텐츠를 기획할 때 나무나 식물, 숲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찾고 있었는데, 원고가 마무리될 때쯤 저희 팀 에디터 다영 님이 ‘바다 숲’을 들어봤냐고 묻더라고요. 처음에는 ‘바다면 바다고 숲이면 숲이지’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바다의 해초들이 환경파괴로 사라져 가는 모습을 바다의 숲이 사라진다고 표현한 거였더라고요.
관련 사진을 쭉 보는데 정말 푸른 바다 안이 하나의 숲처럼 느껴졌어요. 하늘과 산을 물과 해초로 옮겨온 것 같았는데, 자연의 각 부분들이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연결되어 있었죠. 그걸 보면서 지구는 모든 게 연결되어 있는, 살아있는 터전이라는 걸 다시금 느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진짜 숲은 아니지만 이번 FEB 3호 마지막 챕터에 급하게 내용을 추가했어요. 독자 분들도 흥미롭게 보실 것 같아서요(웃음).
이번에는 잡지를 만드는 ‘일’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사실 잡지는 모든 것의 총합이잖아요. 기획부터 원고 작업, 취재, 인터뷰까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 연주 님만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맞아요 쉽지 않은 일이죠(웃음). 수익을 바라고 전업으로 시작한 게 아니다 보니, 틈 날 때마다 팀원 모두와 회의를 하고 원고도 쓰고 디자인까지 하고 있는데요. 다음에 또 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인터뷰 원고를 쭉 읽다 보면 ‘아 이런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도 꼭 알았으면 좋겠다.’, ‘세상에 이런 노력을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행복해지거든요. ‘나중엔 이런 이벤트도 만들어봐야지’, ‘이런 굿즈도 같이 내 볼까?’ 하고 아이디어가 계속 떠올라요. 아직 사람들이 해보지 않은 여러 도전을 해보고 싶고,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환경을 떠오르게 하고 싶은 마음이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무언갈 하다 보면 이렇게도 해보고 싶고, 아이디어가 자꾸 떠올라서 손이 10개였으면 하죠(웃음). 에디터인지라 너무 공감이 가는데요. 팀원 분들과의 관계도 이 일을 지속하는데 큰 힘이 되었을 거 같아요.
FEBº는 원래 셋이서 시작했다가, 임팩트 커리어라는 소셜임팩트 단체를 통해 두 명의 팀원이 함께 하게 됐어요. 다섯 명이 한 팀이 된 지는 이제 3개월이 넘어가는데요. 각자 본업이 있으신 상태이고, 지역도 달라서 거의 화상회의로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고 있어요.
그러다 최근에 프로젝트 마무리를 위해서 처음으로 오프라인으로 만났는데, 영상으로 자주 봬서 그런지 어제 만난 것처럼 편한 거예요. 다 함께 여기저기 홍보용 사진을 찍고 돌아다니는데, 그제야 우리가 같이 무언가를 완성해냈다는 게 실감이 나더라고요. 사소한 거라도 같이 고민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 결과를 나누고 기뻐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점이 매 순간 의지가 돼요.
오늘 FEBº 팀과 인터뷰하면서 창작의 기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어요. 벌써 마지막 질문을 드리는 게 너무 아쉬운데요(웃음). FEBº가 세상에 던지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요?
추상적이지만 ‘잘 살아가고 있는지’ 묻고 싶어요. 살아있는 것 자체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즐기고 계신지요. 따뜻해지는 날씨, 맑은 하늘, 길가의 들풀, 시원한 공기를 잘 느끼고 계신지 궁금해요. 매일 같은 하루를 살다 보면 자연이 주는 생명력을 잊게 되더라고요. ‘환경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요?’ 같이 거창한 질문보다는, 지금 당신이 잘 살고 있는지, 당신의 곁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를 묻고 싶어요. 자연과 함께 산다는 기분을 일상의 행복함으로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 당신의 숲은 어디에 있나요? <매거진 FEB vol.3>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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