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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고살롱 Oct 21. 2022

결핍이 가르쳐준 충분한 삶

[레퍼런서 살롱] 외상 후 성장, 곤경에서 배우는 방법, 레퍼런서 유성애

창고살롱 시즌4 첫 번째 레퍼런서 살롱 연사는 유성애 님이에요.

온라인 언론사 기자인 레퍼런서 성애님은 창고살롱 시즌2부터 레퍼런서로 함께 했어요.

지난 시즌 여러 소모임을 통해 알게된 성애님의 다양한 키워드가 시즌 4의 ‘낯섦, 내가 확장되는 시간’이라는 주제와 잘 연결되어 레퍼런서 살롱 연사로 요청드렸어요.

“저에게는 중요한 사건이었지만, 이 이야기가 다른 분들께 의미가 될까요?”라고 고민을 하시다가 큰 용기를 내어 주었어요. 


#쓰는 사람 #프로 영감러 #경계인

성애님은 무언가를 늘 #쓰는 사람이자 기록하는 사람으로, 일상에서 소소한 영감을 잘 발견하는  #프로 영감러라고 본인을 소개해주셨어요. 
또한 외부에서 볼 때는 괜찮아 보이지만, 스스로 장애인이라고 인식하며 살아가는 #경계인이라고도 말씀하셨어요. 



#1. 슬픈 일이 생겼나보다 (2010년 11월 2일, 사고 당일 아빠의 일기)

성애님은 대학교 졸업 후에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던 중에 생각지도 못한 낙상 사고를 당했어요. 4층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난간 밖 1층으로 떨어지는 사고로 골절상을 입었다고 해요.


어린 시절 맞벌이던 부모님과 풍족하지 않은 환경으로 쉽지만은 않았지만, 원하면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자랐어요. 한창 언론사 면접을 보고 기자가 된 모습을 꿈꾸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사고를 만나게 되었어요.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뇌출혈 직전 증상으로 왼쪽 뇌혈관이 부어있던 것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된 원인이었다고 해요. 사고 전에는, 그 두통 증상을 그저 취업 스트레스라고만 생각했다고 해요.


사고 후 성애님은 중환자실에서 20여일이 지나 깨어났다고 해요. 이후에도 전신마취 수술이 여러 번 이어졌고요. 낙상 사고 때 오른쪽 정강이 뼈가 5cm가 소실되어 이후 매일 뼈를 늘리는 재활과 골반 뼈 이식 수술을 했고 청각이 너무 예민해져서 환청이 들렸다고 해요.



#2. 통증이 공유되지 않는 외로움, 그러나 나를 살린 건 사람들


“일어섰는가 하면 또 쓰러지고, 쓰러졌는가 하면 또 일어서고…
힘들어서 울고 또 기뻐서 울고 그렇지만 어쨌든 잘 살아있답니다.” 

(11.29, 사고 한 달 뒤 첫 일기)


오랜 시간 휠체어에 의지하고 걸음마부터 다시 시작한 그 때는 수술을 받았지만 걸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잘 알 수 없던 시간이었어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은 했음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고통스러운 통증이 타인과 공유되지 않아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고 했어요. 흔들리던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 수술을 위해 치과를 방문한 날, ‘인생의 과제가 벅차나 나의 그릇은 너무 작다’는 감정이 몰려와 그 간 참았던 울음을 다 토해내었다는 레퍼런서 성애님. 많은 친구들이 병원에 방문해서 위로하고 응원해준 시간을 ‘업혀 지낸 시간’으로 표현 하셨어요. 그 시간을 통해 다친 것을 인정하고 안 다친 것에도 감사하며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어요.

‘고대병원 6105 방명록’에 다양한 친구들과 부모님의 기록 등 작은 일상에서 기쁨을 찾는 변화의 노력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해요. 



#3. 외상 후 성장, 새롭게 도약하다


외상 후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라는 용어가 아닌, 외상 후 성장 개념에 대해 소개해 주었어요.
‘외상 후 성장 (PTG: Post-Traumatic Growth)’이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뒤 역경이나 시련의 결과로 긍정적인 심리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해요. 이는 이후 삶의 변화로까지 연결되는 것을 뜻하기도 해요.


성애님은 사고가 남기고 간 것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주었어요.

1. 삶은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할 수 없다.

2. 인간은 생각보다 약하지만 한편으로는 강하다

3. 가치의 우선순위의 재 정리하며 내 삶에 중요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4. 내일 눈 뜨지 못할 수도 있기에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5.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이, 경계인의 시선으로 감각이 예민해지고 시야가 확장되었다.


성애님은, '지선아 사랑해'로 알려진 이지선 교수의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나쁜 일에서 좋은 것을 찾아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소개했어요. 우리에게는 인생의 태도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그의 말과 함께요.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LgkzJeHw1Oc&t=10s



외상 후 성장을 연구한 전문가 의견과 함께 성애님의 ‘외상 후 성장’에 대한 3가지의 적용점을 공유해 주었어요. 


첫 번째는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으로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는 것이에요. 
“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나의 인생에 ‘변장한 축복’으로서의 큰 의미를 남겼다”라고 하시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글쓰기’를 추천해 주셨어요. 



두 번째는 '고통을 솔직하게 드러내어 표현할 때 회복력이 빠르다'며 그것이 외상 후 성장을 경험하는 주요한 원인이라고 해요. 성애님이 SNS를 통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때, 다른 이들이 아픔도 꺼내어지고 공유되었던 경험도 말씀해주셨어요,

세 번째는 ‘사회적 지지, 공동체의 지지’가 외상 후 성장을 경험하게 되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고 해요.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믿을만한 사람에게 기댈 수 있는 용기를 내거나 어깨를 빌려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나누어 주셨어요.

성애님은 기록을 좋아해서 매일 한 줄의 감사 일기를 쓴다고 해요. 지나영 교수의 ‘감사 요법’ 도 소개해주었어요. 작은 일이라도 매일 감사를 찾다 보면 뇌 속에 시상하부가 활성화되고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실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회복되는 경험이 있다고 해요.
그러면서 창고살롱에서 만난 레퍼런서 분들과 함께 읽고 본 책과 영화 등이 많은 영감을 주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주셨어요.



#4.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이 시간을 통과했다.

사고 후 후유증으로 좋아하는 축구를 멈추게 되었을 때, 치과에서 지금 성애님 나이보다 훨씬 많은 치아 나이를 들었을 때 속상하지만, 여전히 그때마다 또다시 시도하고 포기하고 다시 또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해요.


창고살롱 시즌4 주제인 ‘낯섦, 확장’에 대해 나누며, 우리가 새로운 상황을 마주할 때 “이 일(사건)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고 이야기(단어)를 바꿔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제안해 주셨어요. 성애님은 이제는 '사고를 당했다'가 아니라 '사고를 통과했고 지나왔다'라고 표현을 바꿈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전해 주었어요. 그것을 다른 말로 기록하고 주변 사람에게 표현해보는 과정을 통해서 나도 정리가 된다고 '꼭 해보라'고 제안해 주었어요. 

 

2010년 사고 이후 2013년부터 기자로 일을 하며, 경계인으로서의 삶의 변화가 시야의 확장이 되었다고 전해 주셨어요. 



#5 새로운 이야기를 쓰다 

“고통을 잘 따라가 볼 일이다. 거기에 달디단 열매가 스윽 열려있다."

이순자 작가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그런데 내 삶과 같은 조건에 놓인 사람,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 나의 절실함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나만 쓸 수 있다’라고 생각하면 또 기운이 난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다” 

은유 작가 <글쓰기의 최전선>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다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성공하지 않았을까? 꿈을 이루지 않았을까?” 


그간 지나온 시간이 결핍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다시 들여다보니 오히려 내가 결핍이라고 생각했던 게 나를 나답고 고유하게 만드는, ‘가능성의 장소’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해요. 우리가 결핍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능성의 씨앗일 수 있기에 결핍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나누어 주었어요. 


이번 레퍼런서 살롱을 준비하시면서도 ‘이야기를 다시 쓰는 기회’가 되셨다고 전해주었고요.


몇 년 전, 이슬아 작가를 우연히 강연에서 만났을 때 “어떻게 그렇게 용감하게 쓰세요?”라고 물었더니 “남들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으셨다고 해요. 이런 얘길 했대요.  

"어차피 쓸 때는 늘 조금의 뻥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요. 어떤 얘기를 쓸까말까 고민이 될때는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일면 치사하고, 정말 찌질하고, 변태같다? 그걸 기억하려고 합니다(웃음). 그게 제게 용기가 됩니다." (이슬아)


그때 이슬아 작가님이 성애님께 적어주셨던 문장도 공유해주었어요.

두려움을 부를 수도 물리칠 수도 있는 당신께.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써 보시면 좋겠습니다”라는 따뜻한 이야기를 덧붙이며 성애님의 레퍼런서 살롱을 마무리 해 주셨어요.



# 안전한 곳에서 우리들의 이야기


레퍼런서 살롱을 진행하는 동안에 편안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나눠주신 성애님과 달리 듣는 레퍼런서 멤버분들은 눈물을 많이 보였어요. 살롱 이후 이어지는 대화에서는 과거 혹은 현재에 겪고있는 정신적, 신체적 외상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서로 고백하고 나누면서 공감하고 격려하고 위로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레퍼런서 정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창고살롱이 모든 사람과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편안한 장소라는 공감대를 확인하는 밤 이었습니다. 


레퍼런서 아름님은 성애님의 서사를 통해 ‘단어를 바꿀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했고 은영님은 ‘깊은 고통을 살펴보고 삶을 세우는 과정을 알려주셔서 나 역시 그런 태도로 인생을 다루어 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했어요. 주리님은 ‘결핍이 성장이 되기 까지 내가 가진 다양한 태도들을 돌이켜보는 것 자체가 성장의 과정’이라고 했고요.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많은 레퍼런서 멤버들이 감사의 마음을 전했어요.


이제는 통과한 삶, 그리고 지금도 다시 쓰고 있는 이야기를 큰 용기 내어 정성스럽게 담아주신 성애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한 사람이 내어준 용기가 다른 이에게도 전해져 또 다른 용기로 이어지고, 누군가 또 새로운 이야기를 써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그것이 창고살롱의 레퍼런서 살롱의 힘이 아닐까라는 생각해 봅니다. 

유성애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hopinu_/


유성애님 링크트리

https://linktr.ee/hopin_u


창고살롱 인스타그램 후기

https://www.instagram.com/p/CjYHZaovZmo/?utm_source=ig_web_copy_link


시즌 4 두 번째 레퍼런서 살롱은 10월 26일 (수)에 레퍼런서 안미정님의 ‘스페셜리스트에서 제너럴리스트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삶의 근거지의 낯선 변화를 이방인이라는 수동적인 상태로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멜로디에 맞추어 삶의 변주곡을 써내려간 그녀의 서사를 기대해주세요. 


멤버가 아닌 분도 참여하실 수 있어요. 아래 링크에서 신청해 주세요.

https://changgosalon.imweb.me/?idx=86


정리와 편집: 창고살롱지기 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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