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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자리에 머물렀더니 내가 더 또렷해졌습니다

[레퍼런서 살롱] 교육자에서 러닝메이트까지 3단계 성장, 이소영 레퍼런서

by 창고살롱

레퍼런서 멤버에서 살롱지기로 시즌 2부터 함께한 소영님이 레퍼런서 살롱에서 드디어 그녀의 서사를 풀어냈어요. 소영님은 19년차 일하는 사람으로 15년은 풀타임 워커로 이후 4년은 프리에이전트로 일했어요. 교육 기획자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다시 교육 현장에서 관리자로, 그리고 지금은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돕는 러닝메이트까지 다채로운 커리어 서사를 거쳤어요.


소영님은 자신의 일과 삶 여정을 세 단계로 설명했습니다. 일의 의미를 끊임없이 질문했던 시기, 가족과 일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으며 흘려보내는 삶을 발견한 단계, 그리고 지금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돕는 러닝메이트가 된 시간으로. 두 번의 변곡점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나누어 볼게요.


2. career journey.png Ⓡ 창고살롱 레퍼런서 살롱


1단계: 일의 의미 탐구 (20대 후반~30대)


Why -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나

20대 후반, 소영님은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일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직장은 전공을 살려 통합교육을 하는 국공립 기관에서 시작했지만 대학을 갓 졸업한 소영님에게는 너무 좁은 세계처럼 느껴졌어요. 조금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어 매거진 노블레스로 이직했어요. 고급스러운 콘텐츠를 다루는 공간에서 웹 에디터와 온라인 서비스 기획 일을 하며 취향과 트렌드를 배웠습니다. 3년 정도 일하다 보니 또 다른 의문이 들었어요. "이 트렌드와 고급스러운 취향이 나와 무슨 상관인가?" 그래서 더 전문적인 영역이 궁금해 자동차 네비게이션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했습니다. 나름 단계별로 커리어를 발전시켰다고 생각했는데,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내가 진짜 무엇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 걸까?"

사람들의 인정이나 사회적 포지션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인데 자신의 인생에서 앞으로 무엇을 향해 일해야 할까 본질에 대해 오랫동안 묻기 시작했어요.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옳은 방향으로 가고싶다는 마음이 정리되면서 소영님에게 와닿았던 결론이 있었어요.


가볍게 살고 싶지만, 옳은 방향으로 살고 싶다.
Light but Right.

복잡하게 생각하는 게 어려운 사람이라고 자주 말하는 소영님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옳은 방향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어요. "Light but Right." 그리고 이 철학이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죠.


8년동안 교육 현장에서 배운 한 가지

일의 의미를 고민하던 중, 어린 시절 교회 선생님이자 교육기관 원장님을 만났습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8년 동안 6~13세 아동을 대상으로 기독교 기반 영어 교육을 진행하는 기관에서 일했어요. 그 곳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곳이었죠. 6살 아이들, 청소하는 분들, 버스 기사님, 아이들 조부모님까지. 6세부터 60세인 분들까지 매일 만난 셈이죠. 8년 동안 뭘 배웠을까 생각해봤을 때, 딱 한 가지였어요. 그들의 삶을 알아가는 교육이었습니다. 어떤 능력이 아니라 그들과 눈을 마주치고 함께 경험하는 삶만이 남았다고 했어요. 아이들을 통해 인생의 태도와 기준에 대해 다시 배우는 시간으로 소영님은 이 시간을 정리했어요.


2단계: Let Go, 흘려보내는 삶의 발견 (39세~40세)


1년 사이 완전히 달라진 삶

만 38세 때 청년 대표였던 소영님은 39세에 결혼하고 40세에 아이를 낳았어요. 단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위치와 상황이 급격하게 아주 많이 달라졌어요. 그래서 40대는 새로운 비트윈(between)의 시작이었습니다. 8년간 운영하던 교육기관이 대안형 기관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소영님은 중요한 선택을 했어요. 기존 경험과 노하우, 인맥을 활용해 개인 비즈니스로 전환할 수도 있었지만, 마침표를 찍기로 결정한거죠.


삶의 기준 3가지: 가족, 믿음, 교육

3. 삶의 기준.png Ⓡ 창고살롱 레퍼런서 살롱

한 번에 많은 것을 고민하지 못한다는 소영님은 삶의 기준을 3가지로 단순화 했어요. 중요한 세 가지는 Family(가족), Faith(믿음), Education(교육) 키워드였어요.

레퍼런서 형진님은 "3~5개만 맞으면 그냥 가요."라는 소영님의 말에, "어떻게 저렇게 의심을 안 할 수 있지? 불안이 없을 수 있지?"라며 놀라워하기도 했어요.


Family 관련해서는 특별한 배경이 있다고 말한 소영님은, 어릴 때부터 잔소리를 별로 듣지 못하고 자랐다고 해요. "그걸로 충분하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재미있는 삶을 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요. 조금은 느리지만 힘 빼고 있는 엄마가 주신 가장 큰 유산은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정서적 안정감이었다고 말하는 소영님 모습에서 소영님 어머님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번이 없는데 어떻게 아웃이 있겠나

소영님은 친구에게 "지속가능한 넥스트 여정을 위해서 번아웃이 없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더니 친구가 이렇게 답했다고 해요.

"너는 번이 없는데 어떻게 아웃이 있겠니."

20년을 지켜본 친구가 하는 말이니 믿을 만했죠. 소영님 삶의 기조예요. 번(burn)이 없이 사는 것. 모든걸 발산하고 다 불태우는 것이 아니라, 'Let Go', 흘려보내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요.


레퍼런서 두란님은 "내가 계속 뭔가를 하려고 했을 때 그 일이 나한테 오더라."는 말에 깊이 공감했어요.

억지로 붙잡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때 오히려 의미 있는 일들이 찾아온다는 소영님의 철학이 와닿았던 것 같아요.


3단계: All Ears, 러닝메이트로서의 현재 (40대 이후)


레퍼런스가 없던 40대 초보 엄마

"새로운 일의 구조를 만들어야 했어요."

마흔에 엄마가 된 소영님의 시간, 에너지, 체력, 속도는 가정을 꾸리기 전과 후가 완전 달라졌어요. 하지만, 교육 분야의 일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엄마의 역할과 일의 역할이 다르지 않아 힘들었다고요.


"한 조직의 리더였다가 40에 엄마가 된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어요. 레퍼런스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어요. "레퍼런스가 없구나. 그러면 전방위적으로 경험해보자. 다가오는 여성들, 나의 다음 세대 여자들에게는 또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케이스를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소영님.


5살 아이 엄마들 사이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소영님 아이가 5살일때, 아이 친구 엄마들과 만나면 의도적으로 존재감을 숨기려고 했대요. 오랫동안 교육 일을 해온 소영님이 무의식중에 아이 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을 하게될까봐 조심한거죠. 예를 들어 "6세 때는 언어 발달 특성상 억지로 시키지 않는 게 좋고, 대신 영어 그림책을 함께 읽으면서..."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답변이 자꾸 튀어나오게 되었다고 해요. 그러면 다른 엄마들의 "언니, 원래 이런 거 잘하시는 분이었어요?"라는 질문을 듣곤 했다고요.


교육을 오래 일로 해봤기 때문에 소영님은 더 심플해졌어요. "그냥 애들마다 몫이 있다. 10명이 있으면 2명은 뛰어난 애가 있고 2명은 느린 애가 있고, 6명 정도를 교육하면 된다."는 기준 같은 것.


러닝메이트가 되고 싶은 사람

소영님은 셀프 피드백을 좋아해요. 어떤 프로젝트를 했을 때 버벅이는 영역이 있으면 계속 멈춰서 다시 물어봐요. 소영님 레퍼런서 살롱에 귀 기울인 레퍼런서 멤버들은 소영님의 이런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쓰는 단어가 고급지고, 주도권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느낌이에요."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해요. 나와 상반된 사람을 보며 또 나를 보게 됐어요."


소영님이 하고 싶은 일은 누군가의 러닝메이트가 되는거에요. 자신만의 브랜드나 컨텐츠에 누군가를 담는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하고자하는 그 일에 소영님이 할 수 있는 만큼 같이 가보고 싶다고 해요. 지금 소영님은 프리워커 살롱지기이자 NGO나 작은 조직에서 운영과 교육 자문 일을 하고 있어요. 스스로를 #임팩트빌더라고 부르며, 'Being Project'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창고살롱과의 만남

Ⓡ 창고살롱 레퍼런서 살롱

'3040 여성들을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창고살롱을 만나게 되었대요. 살롱지기 혜영을 처음 만났을 때 '일과 여성'이라는 키워드 하나만 들었는데도 '아, 저분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해왔겠다.'라고 직감했대요.


"처음에는 살롱지기 일을 제 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냥 저에게도 필요한 주제였기 때문에 참여자로 함께 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창고살롱 레퍼런서의 시간이 살롱지기의 삶으로 연결됐어요."


번아웃 없는 삶을 위한 4가지 스텝

6. 지속가능한 삶.png

소영님은 교육을 오랫동안 진행하며 체득한 4가지 스텝을 소개했어요.

1. STOP - 어디에 막혀있는지 멈춰보는 시간

2. LOOK - 그 사람의 삶을 응시해보기. "눈을 봐야 들려요."

3. LISTEN - 내 생각을 멈추고 그 사람을 들어야 함

4. ACCEPT - 자기수용. 지속가능하지 않은 일은 내려놓기


공명되기를 바라며

소영님은 뿌리 깊은 나무처럼 살고 싶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표현했어요. 새로운 것에 흥미나 호기심보다는 깊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했죠. 지금의 소영님 인생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니라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어요. 나무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날아다니며 씨를 뿌리는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다고요.

6. next calling.png

소영님의 가장 큰 바램은 누군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주제가 있다면 소영님의 이야기가 닿아가길 바란다고 전했어요.

의미있는 일을 찾다 보면 정말 일의 구조화가 될 수 있어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기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소영님 레퍼런서 살롱 서사는 함께한 레퍼런서 멤버들에게도 그런 선물같은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의 소명을 고민하고 기도하는 때가 있었는데, 어느새 내 것인 양 살아가고 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소영님처럼, 20대는 도전, 30대는 견뎌보는 시간으로 의미를 찾아가고 싶다."
"책이었으면 밑줄 진짜 많이 그었겠다."

모두에게 깊은 울림이 전해졌어요.


정리/편집 : 창고살롱지기 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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