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후유증으로 내내 몸이 안 좋았다. 9-6 근무는 고문같았고 당직은 설상가상이었다. 힘들어 죽겠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안 그래도 부루퉁한 마음이 더 삐딱해지고 모든 상황이 미웠다.
당직이 끝나는 시긴에 맞춰 엄마가 회사 앞으로 오셨다. 묵직한 이마트 가방에는 따듯한 녹두죽과 내가 먹고싶다 한 들깨무국, 오늘 했다는 겉절이, 녹두빈대떡과 쑥가래떡이 들어있었다. 빨리 집 가서 쉬라고, 회시 앞부터 버스 타는 곳까지 15분 보기를 그걸 다 해서 여기까지 왔다. 우리 엄마가.
엄마를 보자마자 눈물이 났다. 엄마 품에 숨어서 안 나오고 싶었다.
근심 때문인지 최근들어 늙기 시작해서인지, 얼굴이 좀 지쳐보였다. 그래도 예쁘다. 오늘따라 더 예뻤다. 오늘 본 엄마의 모습을 '사진' 찍어 장기기억에 저장히기로 마음먹었다. 파란 줄무늬 폴로티랑 7부 청바지.
엄마가 있어 다행이다. 내 엄마가 우리 엄마라 감사하다. 다음 생에는 내가 엄마의 엄마가 돼야지. 나보다 더 어리석게 굴 때도 끝없이 사랑해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