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좋아한 그의 일상 유튜브를 보다가 순간 사무치게 부러웠다. 빼어난 미모와 그것을 유지·발전시켜주는 카메라 이면의 관리들. 미모와 건강과 기분전환 모두에 좋을 게 분명한 그런 것들. 감각적인 인테리어에 좋아하는 것만이 한가득 있는 집. 특히 부러움이 몰려왔던 지점은, 고급 식재료를 투박하게 요리해서 정석대로 주조한 비싼 술과 마시는 장면이었다. 음식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모습만은 나와 많이 유사했다.
현대의 SNS는 정신건강 의학자들이 줄곧 경고하는 대상이다. 스타 혹은 성공한 사람의 삶을 부러워하는 것, 간혹 조작도 될 수 있는 SNS의 단편성에 동요하고 휘둘리는 것, 분수에 맞지 않는 '그사세'를 넘보는 것이 어떤 감각인지 사실 깊게는 잘 몰랐었다. 갑자기 깨달아버렸다. 그리곤 보편적인 생각 몇 개가 찾아왔다. 부러웠다. 멀쩡히 쉬고 있던 나는 문득 초라했고 부러운 그의 삶은 관전의 대상을 넘어서서 물리적으로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그리고 당연히 박탈감.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부르곤 하는 그것. 살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운 적은 한 번뿐이다.
최근 참 만족스럽지 못한 나날이었다. 3년 전, 아니 겨우 10달 전의 내가 보면 장난하냐며 펄쩍 뛰었겠지만. 그때 바라던 많은 걸어느정도 가지게 됐음에도 '원래 인생이란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라는 걸 망각하고 있었다. 세상은 언제나 비슷하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으며 '또라이 보존 법칙'도 항상 유효하다.
"그래서 인생이 재밌는 거 아니겠어?"
사람은 누구나 입체적이고 나 또한 마찬가지다. 참... 본체를 포함해 나와 남의 페르소나를 매일같이 대해내는 게 쉽지가 않다. 아르바이트만 서른 번을 했어도 매번 기 빨린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줄었다. 혹자의 가스라이팅이 기어코 먹혀든 건진 모르겠으나. 아무튼 내가 내 생각만큼 잘난 사람이 아니라는 괴리감에 줄곧 괴로웠다. 내 잘난 맛에 살진 않아도 내 잘난 점으로 먹고살 순 있어야 하는데. 어딜 가도 한 사람 이상의 몫을 너끈히 해낼 줄 알았다.
웃기지만 난 언제나 처음부터 다를 줄 알았다. 오빠 따라 기대 없이 간 영재원에서 지능 점수가 높게 나오고 우연히 시작한 바이올린으로 전공 권유를 받아서 그랬던 걸까, 그 또한 운이었음을 알지 못했다. 지금 불운한 것은 아니다. 다만 더 큰 운을 굴려올 만큼 노력하지 않은 것 같다.대부분 처음부터 잘 하는 일은 없었고 그런 상황이 항상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이럴때마다 먼저 찾아오는비슷한 생각이 있다. 생수 한 병이 슈퍼에서는 천 원인데 퍼스트클래스에서 오천원일 수 있단다. 내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 내게 잘 맞는 조직은 따로 있을 것이다. 내게 걸맞은 일과 환경을 막연하게 또 그려내고 갈망한다. 꽤 구체적으로. 이러다 내 미래는 파워이직러 혹은 프리랜서일 것 같고 (싫은 건 아니어도) 안정감을 저버릴 때의 불안이 촉감으로 느껴지지만, 그래도 난 참 싫증을 잘 내는 사람인가 싶다. 혹은 나 잘난 맛에만 살고 싶어서 억지로 싫증을 내려는 지도 모르겠다.
다행인 것은 아직 회복 탄력성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물론 과대하지만이어 그런 생각을 했다. 꽤나 부자가, 그것도 젊음을 잃기 전에 되어서 저런 삶을 누리리라고. 이런 마음가짐이면 삽질만 안 한다면 중산층의 삶은 영위하지 않을까나?
그러려면 지금 해내는 일이 일종의 타이틀이 될 만큼 잘 해내야 한다. 내가 들어온 길이니까. 경미한 염증이 있는 내 손목이 불치인 것도 잊고 잘만 쓰고 있듯 말이다. 지금은 존경을 거둔 한 사회 선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기 일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치고 못되고 악한 사람이 없다고. 내가 속한 사회에서 보면,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못나고 짜치는 사람은 일을 못해서 더 그렇게 보인다. 그런 사람들 특징: 불만이 많다. 이렇게 생각이 한바퀴 돌면 자아성찰로 끝난다.
회사 근처에 서점이 있다는 건 크나큰 복지다. 가서 숨을 쉬고, 생각을 정리한다. SF 소설에 몰입해 잠시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생각하기 귀찮으면 시를 읽고 읽기도 귀찮으면 잡지를 넘긴다. 그러면 나만 아는 힘이 조금생긴다.
오늘은 자기계발서를 일부 읽고 왔다.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자주 골이 나지만, 미래의 나는 유튜브 속 그처럼 살기 위해 지금 내가 바뀌어야 한다. 독기 그득해질 체력은 안 되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일어나서 뭐 할지는 일단 해낸 다음에 생각해야겠다. 앞에 놓인 게 너무 많으면 부담스러우니까.
노력에 비해 여유가 가득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안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내가 내게 만들어서 줘야죠.
p.s. 내가 그를 왜 더 좋아하게 됐는지도 글을 쓰며 상기했다. 예뻐서만이 아니다.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넘사' 수준까지 노력으로 다져내서다. 끊임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