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틴 13기 챌린지] 한국어수업을 시작하다
어제 마지막으로 한국어 수업을 끝마쳤다. 학생들과 6주 동안의 여정을 한글 받아쓰기로 마무리했고, 학생들은 더 배워야겠다며 다짐하면서 종강했다. 아주 바람직하다.
사실 한국어수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남편의 직장에서 한국어 콘텐츠 개발자를 구한다는 구인공고를 봤기 때문이었다. 사실 지원할 수는 없었던 것이, 나는 학생비자로 미국에 현재 있기 때문에 취업비자가 없다. 하지만 한국어 콘텐츠 개발자라니, 너무 의미 있는 일 아닌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라니. 그러면서 우리 대학교에서 지원하는 한국어 프로그램이 있는지 찾아봤다.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하면서 우리 학장하고 얘기하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우리 대학교에는 한국어 프로그램이 없었다.
요즘 한국어 인기가 미국에서는 하늘을 찌른다. K-pop, k-드라마, k-푸드 등 다양한 한류문화의 열풍이 그 가운데 자리하고 있고, 한국계 미국인의 다양한 분야 (소설, 영화, 학자, 인플루언서 등)에서의 활약도 한 몫한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미국 대학교의 스페인과 프랑스 언어 프로그램의 수요는 38% 떨어진 데 반해, 한국어 언어프로그램은 수요가 40% 정도가 늘었다고 한다. 해당 대학교가 한국어 프로그램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학생들이 대학교를 지원할 정도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인기가 미국에서는 상당하다.
학장하고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난지 일주일이 지난 후, 학장은 나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우리 학교의 대학원생들이 한국어 프로그램을 열어달라고 하는데, 혹시 개설해 줄 수 있겠는지 물어보는 거였다. 나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니, 영어교사 하려고 온갖 논문과 책을 읽으면서 임용고시를 치고 수업시연까지 하느라고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내가 어떻게 한국어를 가르치냐. 나는 국어 문법도 잘 몰라서 생활기록부 쓸 때 국어 선생님한테서 맞춤법 점검받고 했었는데 ㅋㅋ
이런 걱정을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남편한테 이야기하니, 남편은 정말 아주 크게 코웃음 쳤다. 나도 영어를 가르쳤는데, 너는 진짜로 언어를 가르치는 능력을 대학교에서 배우지 않았었냐. 분명히 할 수 있다, 좋은 기회다, 아주 크게 응원해 주었더란다.
그래서 나는 얼떨결에 가을학기 중간에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6주 동안의 여정은 참 다양한 의미로 뜻깊었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be동사 변형을 얘기할 때 보이는 중학생들의 동태 같은 졸린 눈에 비해, 우리 한국어 학생들은 정말 눈이 그렇게 또렷할 수가 없다. 한국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겠다는 아주 훌륭한 자세. 이게 바로 동기, 호기심, 배움 아닐까 싶다.
다음 학기에 본격적으로 16주간 한국어 수강과정을 시작한다. 두렵지만, 제대로 해보고 싶다. 나의 문화, 나의 언어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