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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의 사소한 긁적임 Dec 14. 2023

동네 가게를 응원해야 하는 이유

[글루틴 13기 챌린지] 약수의 밤, 그리워요

같이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는 분의 글을 읽었는데, 동네 가게에 대한 내용이었다. 혼을 쏙 빼놓는 엄청난 맛은 아니었지만 동네에 대한 애정이 가게에 대한 애정과 연결되어서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드셨다고. 그 마음이 어떤 건지 참 공감이 많이 가면서 내 기억 속에 가게 하나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국은 맛있는 곳도 참 많고 멋진 곳도 참 많아서 맛집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던 것 같다. 항상 내 구글맵스에는 가고 싶은 맛집들이 노란색 별로 저장되어 있었는데. 그런데 막상 내가 저장해 놓았던 곳들은 거의 가본 적이 없고, 나랑 남편이 살던 동네에서 자주 머물렀다고 한다 ㅋㅋ 우리가 5년 살았던 동네, 약수 및 청구동일대. 맛있는 음식점들이 있다고는 하는데 유명한 곳은 가본 적 없고, 정말 단골처럼 들락날락거렸던 곳들은 있다. 그중에 한 군데는 약수의 밤이라는 이자카야였는데, 엄청나게 맛있는 안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술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계속 찾게 되는 마력의 술집이었다고 한다. 

약수의 밤은 하이볼 맛집

아마 여주인분의 능력 때문이었을 거다. 주인분은 오사카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하시다가 코로나로 한국으로 오게 되셨는데, 정말 왔던 손님 한 명 한 명을 다 기억하시고, 잘 챙겨주셨다. 보아하니 다른 손님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시는 것 같아 보였고, 그 손님들도 나처럼 그냥 저절로 사람이라는 자석에 이끌려 이곳으로 오게 되는 것 같았다. 


이곳은 우리 집에서 정말 5분 거리에 있던 곳이라, 남편과 내가 다른 곳에서 1차를 하거나 데이트를 하고 집에 들어가기 아쉬울 때 항상 약수의 밤에 들러서 하이볼 두 잔을 했더란다. 하이볼은 먹다 보면 우리 배를 허하게 하는 게 있어서 이모한테 짜파게티를 하나 끓여달라고 하거나 감자샐러드를 달라고 하곤 했다. 친구들도 약수에 놀러 오면 여기에 데려가서 어묵탕과 소주 한 잔을 같이 기울이곤 했다. 그냥 집처럼 편한 부담 없는 장소였다. 

우리를 따뜻하게 품어준 동네 가게, 약수의 밤

내가 읽었던 작가님의 글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 우리가 집 밖에서 찾는 것은 혼을 빼놓는 맛도 아니고 평범함을 초월한 파인다이닝 경험도 아니고, 그저 나만의 세상 밖의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 아닐까 싶었다. 집이라는 나의 공간도 아늑하고 소중하지만, 밖의 세상과도 연결되고 싶은 사람의 마음. 그래서 프랜차이즈보다는 동네의 작은 가게들을 더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곳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구경도 하고 내 인생에 대해서도 성찰할 수 있는 그런 장소이기 때문에. 나의 동네라는 공간에 대해 더 애정이 커질 수 있는 그런 장소가 동네의 작은 가게 아닐까 싶고, 더욱더 응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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