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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Apr 13. 2024

미세하게 흔들리는 우주론 표준모형

1998년 우주물리학자들은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암흑에너지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우주 공간의 약 68%를 차지하는 암흑에너지가 중력과 반대되는 힘으로 물질을 강하게 밀어내 우주의 팽창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 관측 결과에 따르면 암흑 에너지가 그리스 문자 λ(람다로 읽음. 대문자는 Λ)로 표기되는 오차 범위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아인슈타인이 우주가 중력으로 인해 붕괴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한 상수(cosmological constant)다. 우주상수는 기체의 압력과 밀도의 비율인 상태방정식 값을 측정한다. 우주상수는 ΛCDM 모형 안에서 암흑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금까지 모든 결과는 오차 범위 안에서 우주상수의 상태방정식 값인 ‘-1’에 부합했다. 이에 따라 표준 우주모형이라고 불리게 됐다. 우주가 팽창하는 만큼 암흑 에너지도 증가해 팽창이 가속화하면서 빛조차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우주론 표준모형이라고도 불리는 이 이론은 빅뱅 이후 현재까지의 우주 발달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가동되면서 이 표준 모델이 일부 퇴색했으나 아직 무너진 것은 아니다. 


암흑에너지가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우주상수와 들어맞을 확률이 매우 낮다는 연구결과가 2023년 나왔다. 기존 우주론 표준모형(ΛCDM)을 뒤집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분석 결과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은 우주상수의 상태방정식 값인 ‘-1’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우주의 가속팽창을 일으키는 암흑에너지는 우주상수가 아니라, 일종의 제5원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표준 우주 모형 외에도 다양한 암흑에너지와 우주 모형이 존재한다. 이중에는 이번 연구에서 구한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을 가지면서 동시에 허블상수 관측 값 불일치도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 이론도 여럿 존재한다. 


우주 초기에 존재한 중입자는 진동하며 연못에 자갈을 던졌을 때처럼 파동을 일으켰다. 수십억 년이 지난 지금도 중입자의 희미한 파문 또는 패턴을 볼 수 있다. 이를 중입자 음향 진동(Baryon acoustic oscillations, BAO)이라고 한다. 2023년 110억 년의 우주 시간에 걸쳐 있는 4000만 개 은하의 위치와 속도를 기록하는 3차원 지도를 작성하는 5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24년 600만 개의 은하를 담은 첫 지도를 발표했다. 158만여 개의 은하단을 식별해 사상 최대 규모의 3D 우주지도를 만들었다. 이전 우주 지도보다 3배 더 많은 은하다. 전체 우주의 역사에서 오차가 0.5%, 80억년에서 110억년 사이의 초기 우주에서 오차가 0.82% 정도인 높은 정밀도로 계산했다. 암흑 에너지는 우주 생성 이래 강도가 변하지 않는 상수 에너지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이 연구에 따르면 암흑 에너지가 강해지거나 약해지고 역전되기도 하며 아예 소멸되는 경우도 있음이 드러났다. 기존 이론에 따라 암흑에너지가 일정하면 우주는 영원히 확장하지만 분석 결과가 사실이라면 이런 전망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야 새로운 우주 모델을 만들어야 할 지 판단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통계적으로 400분의 1 확률로 사실이 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물리학에서는 170만 분의 1 확률로 사실 가능성이 예측된 일조차 새로운 자료 해석에 따라 사실로 확립된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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