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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Apr 15. 2024

폭력성으로 보는 인간과 유인원의 진화

영장류인 침팬지 집단은 영역 텃세가 심하다. 수컷은 외부 침팬지 등 침입자가 있으면 사납게 공격하며 외부 집단의 영역을 공격적으로 습격하기도 한다. 또한 그 집단의 수컷들을 학살한 후 그 집단을 병합하기도 한다. 야생의 침팬지는 종종 다른 집단의 침팬지를 무참히 살해한다. 탄자니아에서 수십 년 동안 침팬지를 관찰연구한 제인 구달(Dame Jane Morris Goodall)은 4개 침팬지 집단 가운데 2개 집단이 같은 종들 간의 ‘계획적’ 폭력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목격 했다. 그래서 노벨상을 탄 동물행동학자 콘라드 로렌츠(Konrad Zacharias Lorenz, 1903~1989)는 1963년 자신의 저서『Das sogenannte Böse. Zur Naturgeschichte der Agression』(1989년 번역출간 ‘공격성에 대하여’/”)에서 공격성이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기본 욕구 중의 하나라고 썼고, 2차 세계대전의 대학살도 인간 본성의 표출로 보았다. 그러나 침팬지 등 영장류는 싸움을 한 뒤에 의도적인 키스, 안아주기, 성행위, 손잡기 등으로 화해를 모색하는 현상도 발견되었다. 


인간의 폭력성은 침팬지와 훨씬 더 가깝다. 의도적으로 다른 수컷들을 죽임으로써 자신의 힘을 확장해 가는 것은 인간과 침팬지가 닮았다. 우리의 폭력성은 진화의 과정에서 침팬지와 같은 방향으로 굳어진 것이다. “의도적으로 이웃 수컷들을 죽임으로써 세력권을 확장해 가는 동물이 인간과 침팬지뿐이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쓰고 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분쟁이 일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는데, 다양한 명분이 있지만 결국은 외부 집단에 대한 인간 수컷에 대한 공격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은 결국 침팬지와 유인원 그리고 인간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서 기원한다.


같은 유인원이지만 보노보는 다르다. 유인원 가운데 보노보는 동종 살해의 비율이 낮아 사실상 0이다. 프란스 드 발의『내안의 유인원』(2013년 번역출간)은 보노보에 대하여 상세하게 기술한다. 보노보는 섹스로 형성된 공감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특이한 유인원이다. 이들에겐 생식을 목적으로 하는 성행위는 거의 찾아 볼 수 없고 섹스는 ‘공동체 생활을 부드럽게 하는 윤활유’로 활용한다. 이들에게 섹스는 곧 평온한 사회생활의 수단이다. 사람이 인사를 할 때 악수를 하거나 어깨를 두드리고 손을 사용하듯이, 보노보는 성기로 인사를 하는 것이다. 보노보의 경우 암컷은 난교를 하므로 집단 내 수컷끼리 싸울 이유가 없다. 이들은 고환을 키워 짝짓기를 할 기회가 됐을 때 더 많은 정액을 사정해 자신의 새끼를 배게 할 확률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보노보가 살고 있는 서식지도 콩고의 삼림지대로 먹이가 풍부해 다른 무리들이 만나더라도 싸우는 일이 드물다. 


그러나 보노보에 대한 이런 기존의 생각을 뒤집는 연구가 나왔다. 2024년 보노보가 침팬지보다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는 연구결과이다. 보노보 수컷이 침팬지 수컷보다 공격적인 행동을 총 2.8~3배 더 많이 한다. 보노보의 분쟁은 대부분 일대일 갈등 상황이었다. 다만 침팬지 수컷은 암컷에게 공격적인 경향을 보인 반면 보노보 수컷이 암컷을 공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침팬지와 보노보 모두 공격적인 수컷이 짝짓기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암컷이 수컷보다 서열이 높은 보노보 사회에서 예상되지 않았던 모습이다. 이번 발견은 기존 가설에 도전하는 결과이다. 인간이 포함된 유인원은 모두 폭력적이라고 결론내릴 수 있는 연구결과이다.

https://doi.org/10.1016/j.cub.2024.02.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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