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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May 01. 2024

공룡 지능 논쟁, 원숭이 같이 똑똑한가, 파충류 같은가

공룡은 크게 도마뱀과 비슷한 골반을 가진 용반목(龍盤目), 새와 비슷한 골반을 가진 조반목(鳥盤目)으로 나뉜다. 용반목은 다시 두 발로 걷는 티라노사우루스, 벨로키랍토르 같은 수각류 육식공룡, 긴 목을 가진 브론토사우루스, 디플로도쿠스 같은 용각류(龍脚類) 초식공룡 무리로 나뉜다. 조반목은 용반목을 제외한 모든 초식공룡이 포함된다. 오늘날 새는 조반목이 아니라 용반목에서 진화했다.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공룡은 집단으로 사냥하고 사냥감이 어디로 갈지 예측까지 한다. 이것이 사실이었지 모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2023년 밴더빌트 대학(Vanderbilt University) 수자나 허큘라노-하우젤(Suzana Herculano-Houzel)가「비교신경과학저널(Journal of Comparative Neurology)」에 발표한 연구결과이다.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공룡은 뉴런 수가 매우 많았고 알려진 것보다 훨씬 똑똑했다며 티라노사우루스의 일부 습관은 원숭이와 비슷했고 도구 사용·지식 전달 같은 인지적 특성도 가졌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육식공룡의 뇌 신경세포가 10억 내지 32억 개 이상으로 개코원숭이나 꼬리감는 원숭이보다 많았다. 이 정도면 오늘날 까마귀처럼 공룡도 도구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뉴런의 수만이 지능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2023년 이 논문이 나오자마자 연구 결과를 두고 과학계에 논쟁이 일어났다. 훨씬 영향력 있는 저널인「사이언스」에 실린 비판이다. 과학자들은 논문의 전제나 계산이 잘못됐다며 반박했다. 동물의 지능은 ‘대뇌화 지수(encephalization quotient, EQ)’로 비교한다. 체중과 뇌 용량 사이의 비율을 이용한 것이다. 클수록 지능이 좋다고 본다. 인간은 7.8이고 셰퍼드는 3.1이다. 공룡은 2.4에 그친다. 그러나 공룡의 뇌 크기는 몸 크기와 독립적으로 진화했고 특히 멸종한 동물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반론이 나왔다. 한편 공룡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연구라는 반응도 있다. 민첩하고 지능이 뛰어난 포식자였다는 증거를 제시한 것이다. 아직은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도 있다. 화석 증거가 더 요구되며 신경세포만으로 지능을 확신할 수는 없다. 지능은 많은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2024년「네이처」에 반박논문이 나왔다. 공룡의 지능은 파충류 수준으로, 이전에 제기된 것처럼 원숭이만큼 똑똑하지는 않았다.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공룡의 뇌 질량과 체 질량 간 비율을 분석한 결과 악어나 도마뱀 같은 현재 살아 있는 육상 파충류들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전에 멸종한 종의 생물학을 신뢰할 수 있게 재구성하려면 골격 해부학, 뼈 조직학, 현재 살아 있는 친척의 행동, 흔적 화석 등 여러 자료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공룡의 지능은 고생물학계의 오랜 관심 주제로, 주로 공룡 뇌의 크기와 그 안에 포함된 뉴런(신경세포) 수를 토대로 지능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연구돼 왔다. 공룡과 다른 멸종 동물의 지능을 결정할 때는 뉴런 수 추정치에만 의존하지 말고 전체 해부학에서 화석 발자국에 이르는 다양한 증거들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과학은 이렇게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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