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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ul 03. 2024

네안데르탈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특징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처음 접촉했을 때 네안데르탈인은 오랜 기간  아프리카 밖 유럽과 아시아에서 살아 그곳의 감염성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방어력을 진화시켜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도 강했다. 현생 인류의 조상이 유라시아로 진출하면서 마주친 새로운 병원균에 적응할 때 네안데르탈인과의 이종교배가 도움이 되었다. 네안데르탈인과 이종교배를 하면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얻은 덕분에 면역력을 갖추었다.


인간에게 있는 일부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면역 체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몇몇 유전자를 포함하여 인간의 특성에 영향을 미친다. 영국인들의 네안데르탈인에서 기원한 23만5000개 이상의 유전적 변이 중 4303개가 여전히 현생 인류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유전자 가운데는 빠른 칼로리 소모, 혹은 어떤 질병에 대한 자연 면역의 정도를 포함하여 47개의 뚜렷한 유전적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코가 오뚝하게 크다면 네안데르탈인의 후손일 수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짝짓기를 해 물려받은 유전자가 콧날이 오뚝하게 높아지는 데 기여했다. 유럽은 추운지방이었고 이들의 코는 큰 것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받아 코가 커진 것일 수도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은 동아시아에서 넘어간 사람들이지만 코가 대체로 크다. 아메리카 원주민을 조상으로 둔 많은 사람의 게놈에는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물질이 있었고, 이 유전자가 코 높이가 높아지는 데 기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코를 높게 만든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아프리카를 벗어난 현생인류가 추운 기후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됐을 것이다.


앞모습인 코뿐만 아니라 뒷모습인 뒤통수도 네안데르탈인과 관련이 있다. 1990년대 매력적인 영화배우로 유명한 브래드 피트(Brad Pitt)가 주연으로 나왔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이 있다. 당시에 못 느꼈지만 20년 뒤에 다시 보니 참 ‘어려운’ 영화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진화학자들이 진화를 설명할 때 많이 비유된다. 하천과 개울 같은 지류가 모여 강을 이루고, 다시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다양한 생명 그리고 인간 종이 교배하고 갈라지고 이를 반복하며, 현생 인류 진화했다는 비유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진화하는 과정에 멸종한 종 네안데르탈인 등이 있다. 현대인의 뒤통수는 대체로 완만하게 둥그스름하다. 브래드 피트의 사진을 찾아보니 뒤통수가 둥근 편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석을 통해 확인된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은 뒤통수가 더 튀어나와 있다. 뒤통수가 튀어나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의기소침하게 하는 사실이다. 뒤통수가 나오면 즉 짱구는 머리가 좋다는 속설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고인류의 유전자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뿐이다. 이런 주장을 한 연구의 기초가 된 시베리아 지역에서 발견됐던 13살 소녀의 화석이 네안데르탈인 엄마와 데니소바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얽히고설킨 현생인류의 관계와 그로 인해 나타난 인류 종별 특징들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폴 고갱의 1897년 그림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의 첫 번째 질문, 바로 우리의 기원에 대한 대답이 점차 밝아지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통증을 느끼는 문턱이 낮았으며, 현대인 중 일부가 이런 통증에 약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척수와 뇌에 통증을 전달하는 기능과 관련된 네안데르탈인 유전자(SCN94)에서 현대인과 다른 변이가 있다. 영국인 36만여 명의 통증관련 설문 응답 결과를 분석한 결과 네안데르탈인 통증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자주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이 통증을 느끼는 가장 큰 인자는 나이인데, 네안데르탈인 통증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실제보다 여덟 살 더 많은 것처럼 더 큰 통증을 느꼈다. 네안데르탈인 통증 유전자는 주로 중남미 사람들이 물려받았으며 일부 유럽인들도 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통증은 척수와 뇌에서 조절되기 때문에 네안데르탈인이 실제로 더 많은 고통을 느꼈는지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통증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는 네안데르탈인의 문턱이 현대인들보다 낮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 속(homo genus)에 속하는 종인 네안데르탈인 DNA와 자폐증 그리고 자폐증과 관련된 간질 사이에 관련이 있다. 자폐증 환자에서 특정한 네안데르탈인 DNA가 많이 발견됐다. 자폐증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에 차이가 나는 것은 네안데르탈인 DNA의 전체 양이 아니라 특정 네안데르탈인에서 유래한 유전적 변이의 빈도인 것으로 추정한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380-024-02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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