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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조명으로 곤충 멸종 진행


색과 무늬가 화려한 불나방은 불을 향해서 날아든다. 원하는 것을 향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현상을 불나방에 빗대곤 한다. 불나방은 인간처럼 불로 뛰어들지는 않는다. 빛을 향해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면서 나선을 그리고 날기 때문에 빙빙 돌면서 불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밤에 전등이 켜지면 각종 곤충들이 몰려든다. 왜 나방 같은 곤충은 불빛으로 달려들까. 곤충이 전등에 몰려드는 것을 두고 다양한 설명이 있다. 일반적으로 밤에 달빛을 보고 길을 잡는 곤충이 인공조명을 달로 착각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낮에만 날아다니는 곤충도 전등 불빛에 몰려든다는 사실은 설명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곤충이 조명의 열에 끌리는 것도 아니었다. 곤충이 닫힌 공간에서 전등 불빛이 나오는 곳을 빈틈이라고 보고 돌진한다는 설명도 있지만, 곤충이 전등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2023년 연구는 새롭게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한다. 인공조명은 직접 곤충을 유인하지 않는다. 곤충의 자세 제어 체계를 교란하여 전등으로 돌진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전등에 몰려드는 곤충은 인공조명의 위치에 따라 크게 세 가지 특징을 보인다. 곤충이 전등 위로 날아가면 종종 몸을 뒤집어 비행했다. 이로 인해 곤충이 전등 쪽으로 급강하했다. 전등 밑에 있는 곤충은 거꾸로 조명을 등에 지고 급상승했다. 그러다가 양력을 잃고 속도가 떨어지는 실속(失速) 현상이 일어났다. 전등 옆에 있으면 달이 지구를 돌 듯 곤충이 전등을 선회했다. 이런 행동들이 마치 곤충이 전등에 이끌려 몰려든 듯 보인다. 세 가지 행동 모두 곤충이 자신의 등을 전등 쪽에 두려는 반사 행동 때문에 나타난다. 이는 일부 어류에서도 나타나는 행동으로, 밝게 빛나는 물체는 위에 있기 마련이라는 전제로 자세를 똑바로 유지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조명이 밑에 있으면 꽃등에가 더 많이 충돌한다. 곤충이 전등 위를 비행하다가 몸을 뒤집어 떨어지는 것이다.


인공조명은 많은 곤충의 개체수를 감소시킨다.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에서 매년 밤하늘이 9.6%씩 밝아졌다. 밤이 환해질수록 곤충의 번식 활동에 문제가 생긴다. 암컷은 주로 어두운 곳에서 알을 낳는데 밤이 밝아지면 산란 행동이 교란되면서 개체수가 줄어든다. 가로등 불빛에 모여든 나방은 박쥐같은 천적에 노출된다. 영국에서 나방 개체수가 1970년대 이래 2020년까지 단 50년 만에 3분의 1이 줄었다. 대멸종기의 개체수 감소보다 훨씬 큰 감소이다.


반딧불이는 딱정벌레목 반딧불이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깨끗한 하천과 습지에 산다. 어두울 때 생체 발광 기관에서 빛을 내 소통하고 짝을 찾는 곤충이다. 반딧불이는 빛을 발산해 짝을 찾는데 그보다 더 밝은 전등이 있으면 힘들어진다.


인공조명이 강해지면서 영국에서는 2001년 이후 반딧불이의 수가 4분의 3 수준으로 급감했다. 대멸종이 진행되는 수준이다. 인공조명의 빛을 줄이고 가능하면 아래에서 위로 비추는 간접 조명을 하면 곤충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조명을 아래로 비추면 전등이 밑에 있듯 곤충이 그쪽으로 곤두박질했지만, 위로 비추면 전등이 위에 있듯 정상적으로 비행한다. 


사실 반딧불이는 아주 오래된 종이다. 2024년 고대 반딧불이가 약 9900만년 된 호박 속에서 발견됐다. 백악기 반딧불이 화석은 발견된 사례가 한차례에 불과할 만큼 극히 희귀하다. 환경오염과 인공조명으로 이 오래된 생명이 멸종으로 몰리고 있다.

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10.1098/rspb.2024.1671


인공조명의 색도 바꿀 필요가 있다. 친환경으로 알려진 발광다이오드(LED) 가로등이 곤충들에게는 기존의 나트륨 전등보다 더욱 심한 빛 공해를 유발한다. 곤충이 나트륨등의 노란색보다 LED의 흰색에 더 많이 교란된다. 이는 LED에서 나오는 빛이 곤충들이 주로 보는 파란색 계열의 단파장이기 때문이다. 파란색 빛이 덜한 LED로 바꾸거나 사람이 지나갈 때만 켜지는 동작 감응 기능을 갖춘 스마트 가로등을 도입하면 광공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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