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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로마의 폼페이와 중국의 폼페이

중국 북동부 랴오닝 성 차오양 시에는 중생대 백악기에 해당하는 약 1억 2000만~1억 3000만 년 전에 형성된 지층인 익시안 층(Yixian Formation)이라는 고생물학 보고가 있다. 공룡, 새, 포유류, 곤충, 거북이, 개구리 등 다양한 생물체가 깃털과 비늘, 내부 장기와 위 속 내용물까지 거의 완벽하게 보존돼 있다. 폼페이의 베수비오처럼 갑작스러운 화산 폭발로 매몰된 것으로 추정해왔다. 그래서 익시안 층을 ‘중국의 폼페이’로 부르기도 했다. 익시안 층 화석은 두 종류이다. 주로 육상 퇴적물에서 발견된 골격 화석과 호수 퇴적물에서 발견된 연조직까지 포함된 화석이다. 화산폭발로 인한 화쇄류 때문이었다면 열 때문에 깃털, 피부 등은 타버리거나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았을 것이다. 2024년 연구에 의하면 화산폭발로 일시에 매몰된 것은 아니다.


익시안 층에 대한 연대측정 결과, 화석과 주변 물질은 1억 2500만 년 전, 화석 형성 기간은 9만 3000년 이하의 짧은 기간으로 나타났다. 당시 기후는 상대적으로 습하여 퇴적물이 호수와 육상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축적됐다. 많은 동물이 빠르게 매몰됐고, 부패를 가져오는 산소가 차단됐다. 이러한 차단은 호수에서 빠르게 나타나 연조직이 그대로 보존되었다. 폼페이의 화석은 주먹을 쥐고 구부러진 자세지만, 익시안 층의 화석은 많은 경우 팔과 꼬리를 감싸고 있어서 죽을 때 잠자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잠 자다가 폭우로 굴이 무너지거나, 취약해진 지반을 거대 공룡들이 위를 지나다니다 굴을 무너뜨렸을 가능성도 있다.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322875121


2024년 연구에 의하면 폼페이도 생각과는 달랐다. 폼페이는 고대 로마제국에서 가장 번성했던 도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서기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며 한순간 폐허가 되면서 화석이 형성됐다. 희생자 시체가 있던 빈 공간에 석고를 부어 매몰된 도시를 재현하여 모형으로 만들었다. 그 유명한 ‘금팔찌의 집(The House of the Gold Bracelet)’ 희생자들도 있다. 1974년 발견된 이 시신 4구는 어른 두 명과 아이 두 명으로 추정된다. 앉은 채 팔을 올린 사람 곁에 다른 사람이 누워 있고, 누운 사람의 팔과 무릎 쪽에 두 아이가 서거나 누워있다. 그동안 이들을 일가족으로 추정했다. 누워 있던 사람을 어머니로 생각했는데, 팔에 금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마지막 순간 두 아이를 끌어안던 어머니와 처자식을 바라보며 절규하는 아버지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뼛조각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한 결과 4명은 남남으로 모두 남성이었다. 서로 포옹하며 최후를 맞은 두 사람도 어머니와 딸 혹은 자매일 것이란 추측과는 달리 한 명은 남자였고 다른 한 명의 성별은 파악되지 않았다. 폼페이를 복원하면 조작했거나 이야기를 만들어냈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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