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진화의 부수현상이자 물리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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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에너지를 이용해 엔트로피 법칙에 저항하는 현상을 말한다. 엔트로피 법칙이란 생명체라는 시스템이 흩어져서 분해되어 와해되는 것을 의미한다. 생명뿐만 아니라 인간은 물리적 외부 환경과 경계(피부)를 가진다. 생명은 열린 시스템(open system)이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흡수하고 배설하면서 살아간다. 즉 바깥세상과 교류하는 시스템이다. 생명은 시간이 지나면서 신체시스템의 질서가 점점 무질서로 향한다. 무질서가 증가하는 것을 엔트로피(entropy) 증가라고 한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다가 일정한 경계는 넘으면 죽는다. 생명과 인간이 죽으면서 남은 에너지와 흩어진 원자는 다른 생물의 구성 성분으로 재활용이 된다. 생명이 죽는 것은 엔트로피라는 물리법칙일 뿐이다.
가장 큰 계인 우주도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무질서도가 최대에 달하면 ‘죽음’에 이른다. 우주의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다는 것은 모든 물질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우주가 끝없이 팽창하면서 물질도 에너지도 희석되어 사라지는 것이다. 팽창하는 우주에서 생명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소멸되고 있는 것이다. 물리학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없다.
원죄 론에 의하면 세상의 모든 생명, 단세포 생물에서 식물까지, 하등동물에서 고등동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조상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죽는다는 말이 나온다. 식물이 대체 무슨 죄를 진다는 말인가. 물론 원죄는 인간에 대해서 쓴 것이다. 그러나 다른 생명은 왜 죽는가? 생명이 죽는다는 것은 물리학적으로도 생물학적으로도 설명되고 당연하다. 인간도 똑 같다. 생명이나 인간이나 죽지 않는다면 번식을 할 수가 없다. 지구 생명체 전체는 매년 약 1000억t의 탄소가 필요하다. 5억은 지구 생태계에서 생산되고 나머지 995억t 가량은 죽은 생명체로부터 만들어진다. 죽음이 없다면 생명도 이어지지 않는다. 아니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 인간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는 것은 인간의 후손도 다른 생명체도 생존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죽음은 생명의 순환을 위하여 필연적이고 필수적이다.
죽음이 없다면 자원이 제한된 지구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면 살 수가 없다. 생존하고 번식하라는 신의 명령이 이어질 수가 없다. 누군가는 죽어야 새로운 생명이 탄생할 수 있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인간도 동물과 똑같은 생물학적 과정을 거쳐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과학은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 이전의 생명의 진화를 설명하며, 또한 지구역사 상 발생한 엄청난 대멸종도 밝혀냈다. 사랑의 신을 전제하기가 쉽지 않은 대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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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쓰고 있는 책의 일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