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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비슷한 고래의 언어

다른 개체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사회적 동물에게서 관찰되는 고도의 인지 능력으로 인간과 돌고래, 코끼리에게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인간과 진화적으로 가까운 비인간 영장류 중에서는 아직 발견된 적이 없다. 하지만 원숭이도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


돌고래는 휘파람을 불듯 소리를 내서 의사소통을 한다. 돌고래마다 다른 소리를 낼 정도로 정교한 소리를 사용한다. 우두머리 돌고래는 소리로 먹이 위치를 공유한다. 다친 동료를 보호하고 보살핀다.


이빨고래 류 중 몸집이 가장 큰 향유고래(Physeter macrocephalus)는 서로 의사소통하는 사교적인 포유류이다. 이들은 ‘딸깍’하는 소리의 리듬을 결합하고 다양하게 변조해 인간 언어와 유사한 복잡한 신호를 만든다. 이것의 기능과 의미는 확실하지 않지만, 향유고래가 이를 활용해 수많은 의미를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향유고래의 발성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표현력이 풍부하고 구조화돼 있다.


고래의 말을 우리는 알아들을 수 없다. 하지만 고래의 언어도 인간의 언어와 유사한 면이 많다. 몇 가지 언어학적 법칙도 공유한다. 언어학에서 지프의 간결성 법칙(Zipf's law of abbreviation, brevity law)은 자주 쓰이는 단어일수록 짧다는 것이다. 짧은 단어는 학습하고 전승하기 쉽다. 멘제라스-알트만의 법칙(Menzerath-Altmann Law)은 여러 개 음절로 된 긴 단어는 매우 짧은 음절 여러 개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언어학자들은 진화 과정에서 효율적인 발성과 언어가 발달하면서 인간의 언어에서 두 법칙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게 됐다고 본다.


고래의 노래도 인간의 언어와 언어학적 동질성이 있다. 특히 혹등고래의 노래가 그렇다. 8년간 녹음한 혹등고래(Humpback whale)의 노래를 분석한 결과 지프의 간결성 법칙을 따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혹등고래의 노래는 여러 짧은 요소로 구조화되어 있어 집단 사이에서 원활하게 전승되는 것으로 보인다. 혹등고래 노래의 각 요소는 인간의 언어처럼 의미를 갖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16종의 고래 노래를 분석한 결과 인간이나 영장류처럼 지프의 간결성 법칙과 멘제라스-알트만 법칙을 따른다. 16종 중 11종의 고래 노래는 멘제라스-알트만 법칙을 따르거나 사람의 언어가 가진 언어보다 더 법칙을 따른다는 점이 나타났다. 지프의 간결성 법칙의 경우 혹등고래와 흰긴수염고래의 노래만 이 법칙을 따랐다. 인간의 언어도 진화의 결과라는 얘기이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q7055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v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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