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을까?
물리학자 그레고리 코크란과 유전학자 헨리 하펜딩은『일만 년의 폭발』에서 인류의 진화는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인류의 진화가 최근 1만년 동안 과거 6백만 년보다 거의 100배 빠른 속도로 일어났다는 ‘급진적인’ 주장을 하였다. 그 사례의 하나로 유대인의 높은 지능을 제시했다. 독일계 유대인을 뜻하는 ‘아슈케나지’ 유대인은 동북유럽으로 이주하여 서부유럽, 미국 등으로 퍼져나간 유대인으로 유대인의 80%를 차지한다. 이들의 평균지능은 115에 이른다. 그러나 사실 지능은 후천적인 환경적인 요인이 있어 이 주장은 한계가 크다. 또한 지능은 평균값을 100으로 하는 지수이므로 잘못된 주장이다.
인간이 진화한다는 것은 당연히 사실이다. 그 진화는 단기간에 일어난 것도 꽤 있다. 티베트 지역에 사는 사람은 고산지역에 적응할 수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 이 돌연변이는 불과 과거 천 년 동안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으로 그린란드 자치정부가 이끌고 있다. 주민 대부분은 북극 지역 원주민인 이누이트다. 이들은 단백질과 지방산 대사에 특화되어 있다. 이들이 지방과 단백질로만 이루어진 음식(물범과 고래)으로 생존하는 것은 지방 대사를 조절하는 유전자 변이 때문이다. 바다표범과 고래 등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식단을 경험하면서 그렇게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산이 농축된 음식을 먹고도 심혈관질환에 걸리지 않는 것은 불포화 효소의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몇 개가 돌연변이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과도한 지방섭취의 부작용을 막는 돌연변이가 일어난 것이다. 이 돌연변이는 2만 년 전 북극의 시베리아 인에게 처음 발생했는데, 유럽인의 2%, 중국 한족의 15%에도 동 변이가 전해졌다.
이누이트 인은 약 1000년 전 300명 미만의 소수 이주자들이 살았고 이들은 시베리아에서 북아메리카를 거쳐 건너왔다. 이들은 특정지역에 모여 살며 거의 이동하지 않고 적응하면서 살았다. 고립돼 살아온 이누이트 원주민들의 일부 유전자는 독특하게 변이되었고, 특정 유전병에 취약해졌다. 오랜 유전적 고립은 유전자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열성 유전병 유전자가 남게 만든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8516-4
인간은 평균적으로 50~100개 정도 부모가 갖지 않았던 새로운 변이를 갖고 태어난다. 지구상의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모두 고려하면, 새로운 변이가 수천억 개나 나타난 셈이다. 이러한 변이는 진화의 원천이다. 돌연변이, 유전자 흐름, 유전적 부동, 자연선택의 조합이 빚어내는 인간의 진화는 멈추지 않고 우리를 조금씩 바꾸어 갈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북동쪽 솔로몬 제도(Solomon Islands)의 사람 중 약 10%가 갖고 있는 금발은 새로운 돌연변이가 만들어 낸 대표적인 표현형이다.
백만 년쯤 지나면 인간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종이 될 가능성이 있다. 멸종하지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