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간의 언어유전자 연구와 논쟁

네안데르탈인 등도 말하고 들을 수 있는 해부학적 특징을 갖고 있지만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서 정보를 전달하는 정교한 언어 능력은 현생 인류만 갖고 있다. 언어를 만들고 이해하는 데 중요한 뇌 영역이 확장된 것도 오직 현생 인류에만 나타났다. 과거에는 ‘FOXP2’라는 유전자가 언어 능력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다.


노벨상 수상자인 스반테 페보(Svante Paabo)는 2002년 인간형 FOXP2가 나타난 시기가 20만 년 이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 FOXP2 염기서열은 호모 사피엔스와 동일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간형 FOXP2는 네안데르탈인과 갈라진 시기 이전에 이미 존재했던 것이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이유가 언어 능력의 차이라는 가설과 충돌한다.


2013년 스반테 페보는 FOXP2 유전자의 8번째 인트론(intron, 아미노산으로 번역되지 않는 부분)의 한 영역에서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차이를 발견했다. 호모 사피엔스 간에는 차이가 없었다. 즉 이 차이가 호모 사피엔스의 언어능력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는 암시이다. 같은 단백질을 만들지만 발현정도나 형태의 차이로 뇌의 회로나 발성기관 구조에 차이로 인해 호모 사피엔스가 고도의 언어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8년 많은 사람을 분석한 결과 현생인류에서 선택된 FOXP2 유전자 변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트론 영역이 호모 사피엔스 사이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게 밝혀진 것이다. FOXP2가 20만 년 이내에 호모 사피엔스에서 자연선택 된 것이 아니고 언어 발달도 이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FOXP2는 더 이상 언어 유전자로 불릴 수는 없지만 동물의 발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유전자는 50만 년 이전에 나타났음이 밝혀졌다. 따라서 직접적으로 언어와 관계한다기보다는 신경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면서 어린이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일 가능성이 있다. 이 유전자는 언어와 간접적인 관련만 있다는 의미이다. 단 한 개의 유전자로 언어라는 복잡한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이 유전자가 특별히 인간에게 언어를 선사한 유전자는 아니라는 결론이다. FOXP2는 더 이상 언어 유전자로 불릴 수는 없지만 동물의 발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2025년 인간만 갖고 있는 복잡한 언어 능력이 특정 유전자 변이 때문에 생겼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멸종한 원시인류도 말하고 듣는 신체 구조는 현생 인류와 비슷하지만 이 같은 유전자(neuro-oncological ventral antigen 1, NOVA1) 돌연변이는 없다. 현생 인류는 대부분 이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지만,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없다. 현생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진화하면서 이 유전자 변이를 획득했고, 이후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언어 능력이 발달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여전히 ‘언어유전자’는 새로운 연구와 논쟁이 계속 될 것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5-56579-2


........................................................

KS Kim

ksk0508@gmail.com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인간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