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자원을 둘러싼 대부분의 경쟁은 주로 생존과 번식의 목적이다. 침팬지 무리에서는 종종 다른 집단을 공격하여 죽이는 ‘전쟁’이 일어난다. 승리한 무리는 ‘영토’가 확장되어 생존능력이 확대되고 번식이 촉진된다. 이러한 전쟁이 번식 성공(fitness)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한 연구는 없었다.
2025년 연구가 나왔다. 우간다 키발레 국립공원(Kibale National Park) 내 응고고(Ngogo) 침팬지 무리 간에 1998~2008년 발생한 충돌 사건과 충돌 후 암컷 번식률 및 새끼 3년 생존율 등을 추적한 연구이다. 침팬지 무리는 조직적 공격으로 이웃 침팬지 무리를 최소 21마리를 죽였으며, 이후 응고고 무리의 영역은 평균 22% 확대되었다. 암컷들은 전에는 3년 동안 15마리의 새끼를 낳았으나 영토 확장 후 3년 동안 37마리를 낳아 번식률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새끼가 3살 이전에 죽는 확률도 41%에서 8%로 떨어졌다. 영토를 확장함으로써 암컷의 영양 상태와 건강이 개선돼 번식력이 높아졌으며, 새끼들의 생존율도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https://www.pnas.org/cgi/doi/10.1073/pnas.2524502122
왜 인간이 조직적인 폭력 능력을 진화시켰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메리카대륙을 살육한 백인들은 미국과 캐나다로 영토를 확장하여 번성하였지만 원주민들은 거의 몰살당했다. 인간의 역사는 늘 그래왔다. 동물의 역사였다.
과일, 뿌리, 씨앗, 일부 식물은 동물들 사이에서나 사람들 사이에서나 대게 먹이경쟁의 대상이다. 그렇지만 고기야말로 자연에서 영양가가 가장 농축된 먹이이자 가장 격렬한 생존경쟁의 대상이다. 고기를 먹는 동물들은 같은 종과 다른 종의 경쟁자들에 맞서 자기네 사냥영역을 폭력적으로 방어하는데, 사냥영역에서 사냥감이 빠르게 고갈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를 석기시대 사람들은 본원적인 경쟁과 분쟁상태에 있었다.
1960년대에 아프리카 수단 북부에 속해있는 나일 계곡에서 제벨 사하바(Jebel Sahaba) 무덤이 발굴됐다. 61구의 유골이 발견됐는데 적어도 기원전 1만1000년경의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 빙하기의 말기시대의 유골이다. 유골 상당수에서 창이나 화살 같은 무기에 찔린 것으로 보이는 상처들이 발견돼 전투나 학살의 흔적으로 추정된다. 이전까지는 ‘일회성 학살’의 흔적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조사 결과 수년간 지속된 산발적이고도 반복적인 폭력의 흔적으로 확인되었다. 이 폭력은 해당 기간 동안 발생한 급격한 기후와 환경의 변화 때문에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이 유골들을 다시 조사한 결과 사망 당시 생겨 아물지 않은 상처와 그 이전에 생겨 아물었던 상처 등 100여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유골들 중 40%가량에서 이 같은 상처가 발견됐다. 이들이 생애 전반에 걸쳐 여러 차례의 습격과 매복, 전투를 겪었음을 시사한다. 상처들과 유골에서 발견된 무기의 특성 등을 감안할 때 이 같은 폭력이 같은 공동체 내에서, 또는 개인 간에 발생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역에서 경쟁 관계에 있던 공동체들이 기후변화에 의해 부족해진 음식과 자원을 놓고 경쟁을 하다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마지막 빙하기’의 끝 무렵인 기원전 9000년경부터 기원전 1만8천 년경 사이, 빙하가 지구 북반구를 덮으면서 기후변화가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매우 건조해진 기후 때문에 넓은 지역에 분포하던 여러 공동체들이 상대적으로 사냥이 용이했던 나일계곡으로 몰려들었을 것이다. 한정된 자원 때문에 ‘피난처’가 결국엔 ‘전쟁터’로 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1세기의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로 언젠가는 식량위기가 닥칠 것이다. 지구가 전쟁터로 변할지 알 수는 없다. 역사를 돌아보면 강대국이 약소국가를 약탈하여왔음을 생각하면 오싹하다. 그것이 자연계의 모습이겠지만 잔인한 인간은 모습이 다시 드러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국이 기후협약에서 탈퇴했는지 모르겠다는 의심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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