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뇌가 없다. 동물은 말 그대로 ‘움직이는’ 생명이다. 움직이려면 그것을 통제하는 중앙통제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뇌이다. 멍게를 보면 뇌가 왜 존재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멍게는 경상도 사투리이고 표준어로는 우렁쉥이다. 멍게가 널리 쓰이다보니 표준어가 되었다. 우리가 먹는 멍게는 새끼 때는 바다를 헤엄쳐 다니다가 크면 바위에 붙어 자란다. 멍게는 바위에 붙어서 살면서 움직일 필요가 없어지면서 뇌 기능을 하는 부분을 삼켜 소화시켜버린다. 움직일 필요가 없는 동물에게는 ‘뇌’ 기능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멍게와는 달리 성게는 뇌 기능을 가지고 있다. 성게는 유생(幼生, larva) 시절 좌우 대칭구조를 가지고 자유롭게 헤엄친다. 그러다 성체가 되면 바닥에 정착하여 불가사리처럼 중심에서 다섯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5방사대칭 형태로 탈바꿈한다. 성계는 중추신경계나 뇌가 없지만 몸 안에는 수백만 가지의 서로 다른 신경세포 유형이 있다. 성게의 몸 전체가 사실상 척추동물의 뇌와 유사하다. 척추동물의 뇌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성게의 표면과 신경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발현되기 때문이다. 신경세포가 점점 발달하여 뇌로 통합된 진화와는 다르다. 복잡한 신경계가 반드시 중앙 집중적인 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x7753
물론 박테리아, 성게와 멍게의 생존방식과 인간의 삶은 커다란 간극이 있다. 그렇다고 박테리아와 인간이 전적으로 다른 차원의 존재는 아니다. 둘 다 생존과 번식을 위하여 진화해온 생명일 뿐이다. 인간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르지만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종의 생존을 걸고 경쟁하며 살아가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사망한 천만 명이 넘는 사망자 중 많은 사람이 박테리아에 의한 파상풍으로 숨졌다. 인간은 과학으로 페니실린과 항생제를 개발하여 버티고 있다. 하지만 약물남용으로 내성균이 나타나 다시 위협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70만 명이 항생제에도 살아남는 슈퍼버그(super bug)로 인해 사망한다고 추정한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5백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 인간은 과학과 의학으로 다시 생존경쟁을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