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갑작스럽고 엉뚱한 말이나 행동을 할 때 ‘뜬금없다‘라고 한다. 여기서 ‘뜬금’은 무슨 뜻인가 해서 찾아보았다.
뜬금 : 일정하지 않고 시세의 변동에 따라 정해지는 금액.
[출처 : 문화원형 용어사전]
뜬금의 금은 돈(金), 즉 가격이라는 뜻이다.
둥둥 떠 있는 가격?
왜 가격이 둥둥 떠 있을까.
뜬금이 있어야 거래가 성사될 수 있다.
옛날 농경사회 시절, 곡식 시장에는 매일 곡식의 시세를 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이 정한 곡식의 가격이 바로 ‘뜬금’이다.
예를 들면 쌀 1KG에 삼천 원이라고 뜬금을 정해준다. 그럼 시장 상인들과 구매자들은 삼천 원이라는 뜬금을 기준으로 쌀을 거래한다. 좋은 쌀은 1KG에 오천 원도 주고 질이 나쁜 쌀은 천 원, 이천 원에도 거래될 것이다. 그런데 거래의 기준이 되는 ‘뜬금‘이 없다면? 시장을 찾은 모든 이들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뭐? 오늘 뜬금이 없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뜬금이 없다면 거래는 성사될 수 없다. 그러나 뜬금이 없어도 시작할 수 있다.
나는 스페인을 사랑한다. 그건 내가 스페인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스페인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 모든 것의 시작은 친구의 한 마디였다.
“돈 때문에 동남아로 교환학생을 가겠다고? 의외로 유럽에도 물가 싼 곳 많아. 한번 찾아봐.”
유럽, 물가 싼 곳, 그리고 따뜻한 곳을 찾다 보니 스페인이 가장 좋아 보였다. 그렇게 나는 스페인으로 떠났고 스페인의 매력에 풍덩 빠져버렸다. 얼마나 그곳이 좋았는지 원래는 4개월이었던 교환학생 기간을 1년으로 연장했다. 스물네 살의 나는 스페인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것을 경험했고 그때 받은 영향으로 지금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되었다. 스페인 교환학생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 best 5 안에 드는데 이건 친구의 지나가는 한 마디 덕분에 일어난 것이다.
내가 그날 친구와 만나지 않았더라면,
친구가 요즘 뭐가 고민이냐고 물어보지 않았더라면,
내가 교환학생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더라면,
내 고민을 듣고도 친구가 아무 말도 해 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우연한 시작.
인생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우연으로 시작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수많은 성공이야기도 의외로 우연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친구 따라 오디션장에 놀러 갔다가 캐스팅 매니저의 눈에 띄어 연예인이 되었다는 이야기, 강력 접착체를 만들다가 우연히 발명하게 되었다는 포스트잇 이야기는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진짜 중요하고 멋진 일들은 처음부터 의도하고 시작되지 않는다. 수많은 우연이 겹쳐 ‘시작’이라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그 많은 우연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시작은 뜬금없이 시작된다.
내가 지금 내리는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이 거래가 밑지는 장사인지 어쩐지 한 치 앞도 모르지만,
일단 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뜬금없이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 내가 쓰는 이 글이 나중에 어떤 일의 시작이 될지 모르지만 나는 브런치의 ‘발행‘ 버튼을 누른다.
뜬금없이.
누군가 너 그거 돈도 안 되는데, 미래에 아무 도움도 안 될 것 같은데, 그런 일에 왜 시간과 노력을 쓰느냐고, 나라면 더 생산적인 일을 하겠다고 참견한다면 신경 쓰지 말길!
오늘 당신이 하는 뜬금없는 일들이 미래의 멋진 일의 시작이 될지도 모르니까.
모든 시작은 뜬금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