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J teacher Mar 22. 2024

사람 사이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인간관계의 이치!

  나는 성격이 우유부단하고 잔정이 많아서 사람에 잘 끌려다니는 편이다. 직장을 옮기거나 이사를 해도 예전에 함께 지냈던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한다. 항상 먼저 연락을 했고 어떻게 해서든 약속을 잡아 만나고는 했다. 그러다가 결국은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인연을 멈추고는 했다. 나는 항상 그것이 내 성격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40중반의 나이가 되어보니 이런 내 성격은 딱 상처받기 좋은 성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은 생각보다 참 냉정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때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꽤 오래 전에 같이 근무했던 분이었는데 함께 할 때는 친하게 지냈고 인간적으로 따랐던 분이다. 나는 학교를 떠나서도 그분을 잊지 못해 생각이 날 때마다 문자를 보내고 연락을 드렸다. 전화를 드리면 반갑게 받아주고 꽤 친근하게 대해주셨지만 그때 뿐이었다. 절대 먼저 연락이 오거나 만난 적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며 나도 지쳐갔고 그분을 잊어갔다. 

  "나 제주 왔어. 친구들이랑 놀러왔어."

  "언제 오셨어요? 언제 가세요?"

라며 나도 반갑게 전화를 받았지만 선뜻 만나자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알았다.


유통기한이 끝났구나.  


  예전의 나 같았으면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내서 만나러 찾아갔을텐데,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아니, 가슴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무미건조한 대화를 마치고 불편한 마음이 들었지만 스스로를 위로하며 속으로 말했다. 

  '친구들이랑 오셨으니 내가 가면 불편하시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 알게 되었다. 이 관계도 오늘이 끝이겠구나. 


  모든 물건에 유통기한이 있듯이 인간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유통기한이 있기에 억지로 관계를 이어가려 아무리 노력해도 언젠가는 끊어지게 되어 있다. 누구나 사랑을 해보았겠지만...... 연인 사이, 한번 헤어지면 다시 만남을 이어가려 아무리 노력해도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이성은 다시 시작하려 하고 만나려 하지만 몸과 마음은 내 생각대로 따라오지 않는다. 그리고는 결국 헤어진다. 유통기한이 끝난 것이다. 사람 사이 유통기한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이별이 된다. 유통기한이 끝난 음식을 먹으면 결국에는 탈이 나듯이 유통기한이 끝난 관계를 이어가려 하면 결국에는 인간사이에도 탈이 난다. 아련한 추억이 될 수 있는 관계를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는 파탄의 관계로 몰고 간다. 그래서 사람 사이의 유통기한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더욱 슬펐던 영화 '연애의 온도', 이보다 인간관계의 유통기한을 잘 나타낸 작품이 또 있을까?

  지금 당장은 불편할 수 있지만 현명하게 거절하거나 외면한다면 시간이 지나 좋은 기억이 될 수 있다. 한때 나와 좋은 관계를 맺었던 선생님도 지금은 섭섭하실지 모르겠으나 나중에는 아무렇지 않게 편하게 생각하시지 않을까? 인연이 되어 다시 만나면 반갑게 웃으며 인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때 현명하지 못해 무겁게 끌고만 다니다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은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사람 사이의 유통기한을 알고 일찍 관계를 단념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간관계를 진작 가볍게 했다면 내 기억과 주변이 얼마나 깔끔했을까? 이 사실을 나이 40중반이 되어서야 알게 것이 못내 아쉽고 후회가 될 뿐이다.

  

  내게 연락을 주셨던 선생님, 

  비록 뵙지는 못했지만

  제주에 계신 동안 좋은 시간을 보내셨기를 바라본다. 

  아마 그러셨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선균을 좋아하게 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