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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Aug 16. 2024

제주도 돌집에서의 하룻밤

제주도의 다양한 숙소들

  며칠전부터 집안 분위기가 우울했다. 어딘지 모르게 아이들도 신경이 날카롭고 우리 부부도 심란했다. 방학이 끝나가고 있다. 이번주에 개학을 하는 아내의 표정이 매우 무표정하다. 아내의 평화가 가정의 평화인데 괜히 눈치를 살피게 된다. 급하게 제주도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제주에 산 지 시간이 꽤 지나니 이제는 어디를 가도 그저 그렇다. 대부분의 제주도 호텔은 비슷하고 그나마 마음에 드는 호텔은 가격이 사악하다. 처음 제주에 내려왔을 때는 어디를 가도 좋았는데 눈만 높아졌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새로운 곳을 가보기로 했다. 항상 마음 속에 있었는데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제주도 돌집!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하고 바로 예약을 했다. 그렇게 2024년 여름방학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제주도에는 다양한 숙소가 있다. 작은 섬안에 호텔부터 콘도, 리조트, 펜션, 민박까지 다양하게 있는 것은 제주도가 여행지로써 가진 매력 중의 하나이다. 또한 제주도에는 어느 지역을 가도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가옥의 형태가 있는데 바로 제주도 전통 가옥인 돌집이다. 제주도 여행붐이 불면서 허름한 돌집을 매입해 펜션으로 탈바꿈시켜 높은 가격으로 숙박비를 받던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제주도에 여행객이 줄면서 예전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예약이 가능하다. 평소에 제주도 전통집에 관심이 많아 한번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찾은 돌집, 우리 가족은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저절로 탄성을 질렀다. 잘 가꾸어진 넓은 잔디마당을 지나 돌집의 출입문을 열자 제주도 전통 가옥의 느낌은 그대로 살리고 현대적이고 깔끔하게 리모델링된 내부가 나타났다. 소품 하나하나 어찌나 감각적이고 감성적인지......호텔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돌집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독채마다 딸려 있는 아담한 수영장, 우리 가족은 이 수영장에 들어가 프라이빗한 여유를 즐겼다. 제주 전통집을 리모델링한 독채펜션은 호텔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다소 불편한 면도 있지만 숙소 구석구석 감성이 넘치고 이곳에 머무는 동안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그동안의 여행이 아이들을 위한 여행이었다면 제주 전통집에서의 하룻밤은 아내와 나를 위한 여행이었다. 아내와 나는 이곳에 머무르며 차분한 음악을 듣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기분전환을 했다. 이런 것을 힐링이라고 해야 하나? 어디를 특별히 가지 않아도 가만히 창밖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제주도에 내려올 때 우리 부부는 제주도의 시골집을 매입해 예쁘게 리모델링해서 살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바닷가 제주 돌집은 부르는 것이 가격일 정도로 가격이 올라 있었고, 무엇보다 바닷가 돌집에 사는 것은 제주도의 거친 날씨와 벌레와의 싸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로망을 포기한 지 오래다. 비록 내 집은 아니지만 가끔 이렇게 묵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처음 제주도에 내려왔을 때는 하루라도 나가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제주도 생활이 익숙해지니 

  '집에서도 바다가 보이는데 뭐하러 고생스럽게 밖에 나가?'

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집에 있으려 한다. 어느새 제주도민이 다 되었다. 하지만 막상 시간을 내서 이렇게 여행을 떠나보면 마음이 부자가 된다. 그래서 우리의 삶에 여행이 필요한 것이다. 제주도라는 작은 섬에 살면 아름다운 바다와 산, 오름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마음껏 누릴 수 있고 호텔, 펜션, 민박, 전통집까지 다양한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으니 이것은 제주도만이 가진 매력이다. 하지만 이러한 매력도 누리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으니 같은 곳에 산다고 모두 똑같이 느끼며 사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에 사는 행복을 마음껏 누리는 것, 그것이 내가 제주도에 살며 부지런히 여행을 다니고자 하는 이유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덥더니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하다. 제주도의 사계절 중 가장 화려한 축제의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길가를 솜털처럼 뒤덮는 억새가 피는 가을이 찾아 오겠지? 덥지도 않고 날씨도 좋은 가을이 오면 더 부지런히 여행을 다녀야겠다. 제주도에 사는 특권을 더 열심히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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