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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Oct 29. 2024

인간관계 참 피곤하다

잠이나 자야겠다.

  언제나 하는 이야기이지만 나의 꿈은 1인 사무실에서 혼자 지내는 것이다.

  아담한 책상과 노트북이 놓인 아늑한 사무실로 출근해 혼자 글 쓰고 책 읽다가 퇴근하는 삶, 그것이 내가 꿈꾸는 삶이다. 나의 이러한 성향은 어릴 때부터 있었다. 내가 어릴적 살았던 낡은 주택에는 작은 다락방이 있었는데 학교에서 다녀오면 어두컴컴한 그곳으로 들어가 혼자 책 보다가 잠이 들고 저녁이 되어서야 기어나오는 일이 많았다. 

  내가 교직을 택한 것도 교실이라는 독립적인 공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남는 시간은 조용히 혼자 수업준비를 하며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행히 나는 아이들과 가르치는 일을 좋아했다. 하지만 내가 교사라는 직업에서 알지 못한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 교사라는 직업은 단일 직종으로는 종사자가 가장 많은 거대한 조직체라는 사실이었다. 당장 교실문을 나서면 동학년 동료가 있고 교무실에 가면 각종 부장과 교감 전무, 교장 CEO가 있었고 매일 만나는 고객(학생)과 보너스로 고객의 부모님까지 상대해야 하는 참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었다. 일반 회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경쟁 사회이며 피곤한 직장동료의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내가 직업을 잘못 선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나도 20년을  교직에 있다보니 나름의 생존법을 터득하기에 이르렀는데, 잘 웃고 친절하게 말하며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울줄 아는 그런 모습은 철저하게 훈련으로 만들어진 모습이었다. 내가 퇴근하면 항상 녹초가 되어 쓰러지는 것은 하루를 긴장하며 연기하고 살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요즘 다시 깨닫고 있다. 


  사람들은 교사라는 직업을 따뜻하고 전문적이며 독립적이고 존중이 넘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20년을 교사로 살아온 내가 보기에 교직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일반 회사처럼 승진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냉혹한 사회이다. 아이들만 바라보며 욕심없이 진정한 교육자로 살아가려는 선생님도 있지만 그러한 분들이 존중 받기에는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학부모는 나이든 선생님을 부담스러워하고 아이들도 나이든 선생님을 싫어한다. 동료 교사들도 나이가 든 교사를 동료로서 불편해 한다. 이러한 이유로 나이가 들면 교감이 되고 교장이 되려고 하는 것이다. 교사들이 50대 중후반을 넘으면 명퇴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이유도 학교의 이러한 분위기 때문이다. 나도 지금은 학부모와 잘 지내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지만 50이 넘어 평교사로 남게 된다면 버티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어느덧 학교에서 선배교사보다 후배교사가 훨씬 많은 연령대가 되어 50중반이 넘는 선배교사들이 하나둘 명퇴를 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씁쓸하다. 내가 40대 중후반의 중견 부장교사가 되어보니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회식자리에 잘 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6학년(나는 6학년 체육전담이다.) 교사들이 대부분 20~30대 교사이다 보니 그곳에 가서 술 마시고 대화하는 것이 껄끄러워진다. 20대 선생님들끼리 시끄럽게 웃으며 대화하다가도 내가 같은 테이블로 오면 웃음이 멈추는 현상을 몇 번 목격하다보니 가지 않게 된다. 그냥 집에서 혼자 책 보며 마시는 맥주가 가장 맛있고 즐겁다. 오늘도 6학년 부장 선생님이

  "연구부장님, 다음주 회식 있는데 오실 거죠?"
라는 물음에 

  "나중에 얘기해요."

라며 즉답을 피한 것은 나 나름의 우회적인 거절이었다. 이미 6부장은 그 의미를 알아 들었으리라. 


  극 I에, 극 F인 나는 인간관계를 선천적으로 힘들어 한다. 젊었을 때는 이것을 극복하고 싶어 술도 많이 마시고, 오버스럽게 떠들고 함께 운동도 하며 외향적으로 보이려 노력했지만 그 기간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이내 나가 떨어지며 피곤해 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드니 별로 노력하고 싶지가 않다. 그냥 나랑 맞는 사람이랑만 술 마시고 대화하고 싶다. 내 성격대로 사는 거지, 뭐하러 오버할까.... 이제 그냥 꼴리는대로 편하게 살고 싶다. 

  인간관계 참 피곤하다. 

  언젠가 1인 사무실로 출근하는 나를 꿈꾸며 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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