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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RYU 호류 Jul 31. 2023

패스냐 드리블이냐 슈팅이냐

수많은 판단과 선택의 순간들

광명에서의 어느 날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쿨다운하며 마무리를 하고 있을 때 한 선수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경남개발공사 정예영 선수가 눈물을 흘리며 누군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다른 경기장에서도 종종 봤던, 토끼 탈을 쓴 관중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의 가까운 친구이다. 스스로 느끼기에 이 날 경기 중에 실수가 있었거나 플레이가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절친이 나타나주니 얼마나 많은 감정이 들었을까.


정예영 선수는 윙 득점과 속공 득점 모두 상위권에 드는 차세대 간판 레프트윙이다. 22-23 시즌 경남개발공사가 첫 승을 거둔 경기에서 첫 득점을 만들어냈고,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도 매치 MVP로 선정되었다. 다른 경기 때도 보면 그렇게 잘하는데! 믿고 보는 든든한 선수지만 이런 인간적인 모습도 있구나. 항상 완벽해 보이는 선수들도, 때로는 속상하고 후회도 한다는 걸 바로 눈앞에서 느꼈다. 마음이 찡해졌다.




삶은 수많은 판단과 선택의 반복이고 연속이다. 그리고 어떨 땐 그 결정에 따른 후회도 따른다. 완벽한 판단을 하고 싶고, 손해보지 않는 선택을 하려는 강박이 무척 강한 나는,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으로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고민한다. 그러다 돌발 상황이나 실수라도 일어나면 '그러지 말고 저렇게 할걸'하며 어마어마한 후회감과 공포심에 휩싸인다.



선수들도 코트를 달리는 동안 수많은 생각과 고민이 스쳐갈 것이다. 욕심 많은 강박주의자인 나 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들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후회라는 걸 하지 않을까?


공이 자기 손안에 들어오면, 이걸 드리블로 더 밀고 나아갈지, 패스할지, 아니면 슛을 때릴지 빠르게 계산한다. 그리고 어느 방향과 각도와 속도로 실행할지도. 이 많은 걸 생각해야 하지만 머뭇거릴 틈이 없다. 수비자가 달라붙기 전에 재빨리 판단해야 한다. 결정한 대로 해서 잘 되면 좋지만 안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드리블하다가 상대편의 파울로 흐름이 끊기거나, 패스 미스가 나거나, 슈팅이 빗나갈 수도 있다. 그러면 선수들 본인도 사람인지라 그 순간 다른 선택을 하면 어땠을까 하고 후회하겠지.


수비할 땐 어느 정도의 몸싸움으로 상대편의 공격을 힘들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너무 지나치면 퇴장을 당할 수도 있고 페널티 드로우인 7m 드로우를 내어주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몸싸움을 안 하자니 이대로 상대편에게 득점 기회를 내어줄 수는 없는 일이다.


골키퍼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몸을 상하좌우 어느 방향으로 뻗어 막을지 순발력을 발휘해야 한다. 특히 노마크 상황의 슈팅과 7m 드로우를 막아야 할 때는 눈치와 기싸움이 더 팽팽하게 이어진다. 골을 막으면 다행이지만, 골을 먹으면 '아, 반대쪽으로 막을 걸, 0.1초만 더 빨리 움직였으면 좋았을걸' 하며 후회막심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다시 얼른 털고 일어나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 지나간 일을 자꾸 곱씹지 않고 현재를 달리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꽤 많은 경우에 이걸 해낸다. 이런 포인트가, 그들은 정말 강하고 멋지다는 생각을 또 하게 만든다. 오랫동안 운동을 통해 신체뿐 아니라 정신력까지 단련되었기에 그런 걸까. 역시 보통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다.


그 이후로도, 경남개발공사 경기를 보면서 정예영 선수를 눈여겨봤다. 이렇게 잘하는데 왜 울었을까. 나중에 직접 만날 기회가 생기면 얘기해 줘야겠다. 예영 선수가 코트 위에 있으면 굉장히 든든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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