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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RYU 호류 Jun 08. 2023

어차피 할 거면 자신 있게

주눅 들지 말고, 끝까지 가보자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지고 있거나 실수해도 흔들리지 않는 선수들의 의연함 때문이다. 물론 그들도 사람인지라 약간은 불안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누구보다 강하게 집중력과 전의를 불태운다. 유리멘털인 내게도 그런 모습이 동기부여가 된다. 뒤돌아보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는 스포츠인의 정신력을 본받아야겠다.




21-22 시즌 경남개발공사와 부산시설공단의 1라운드 맞대결. 후반전 첫 작전타임이 선언되었다. 후반 5분이 되어가도록 경남개발공사의 득점이 나오지를 않고 7점까지 벌어진 있는 상황이었다. 작전타임을 가지면서, 팀의 베테랑인 배민희 선수가, 동료들을 향해 크게 외치며 사기를 끌어올렸다.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때릴 거면 자신감 있게 해!


https://youtube.com/clip/Ugkxbdxz3tZDwbmikqDHsgMZO7_4ZurFAPHi

듣기만 해도 자신감이 불끈 솟는 말이었다. 나중에 내가 운동을 할 때도 이 말을 되새겼다. 정신적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



러닝 패스를 연습할 때의 일이다.

공을 패스하고 달려가다가 다시 패스를 받는 것을 반복하다가 마지막엔 슈팅을 하는 훈련이다. 처음엔 달리면서 패스를 받는다는 게 만만치 않았다. 내 차례가 돌아오니 긴장했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공 무섭다고 눈 감지 말고!"

절대 세게 안 던지고 쉽게 던질 테니까 겁먹지 말라고 하셨다. 어차피 하는 거 자신 있게 하자는 말을 생각하며 일단 믿고 달렸다. 자신 있게 달려 나가니 집중력이 확 올라왔다.

멀리서 날아오는 공이 이번엔 자연스럽게 '착!'하고 손에 들어왔다. 공이 손안에 정확하게 감기는 그 순간이 굉장히 짜릿했다. 이렇게 벽 하나를 또 넘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처음으로 블로킹을 배웠다. 상대편이 슈팅할 때 양손을 모아 팔을 뻗으며 막는 것이다. 아무래도 바로 앞에서 오는 공을 쳐내는 거라서, 러닝 패스 처음 할 때보다 더 겁이 났다. 하지만 이번엔, 처음 하는 거니까 실수하는 게 당연한 거고, 잘 안 돼도 괜찮다고 마음을 다스렸다. 이렇게 다 내려놓고 과감하게 도전해 봤다. 팔은 최대한 쭉 뻗고 최대한 높이 점프했다. 처음이라 깜짝 놀라고 쫄아서 순간적으로 눈 질끈 감았다. 그래도 일단 다 막았다는 것이 의아하면서도 뿌듯했다.

공을 그대로 막는 거라 역시 아프긴 아프다. 그래도 직접 맞아봐야 공에 대한 공포가 없어진다. 그러니 처음부터 겁 내지 말고 맞서봐야겠다.






22-23 시즌 2라운드 삼척시청과 광주도시공사의 경기에서도, 작전타임의 한 장면이 인상 깊었다. 광주도시공사는 이번 시즌 열 세 경기 연속으로 무패행진을 기록 중이었지만 이 날은 삼척시청이 엄청 강력했다. 어느 순간 6점 차이까지 벌어진 후반전 25분 32초, 광주도시공사가 이 날의 마지막 작전타임을 사용했다.


져도 돼. 괜찮아. 지금까지 잘 해왔다니까.
근데 왜 슛에 자신이 없어.


https://youtube.com/clip/Ugkxb-7UfGusNxi4ahulkO6GtxTRGuzr_3AX


질 때 지더라도, 자신 있게 끝까지 하자는 오세일 감독의 메시지가 굉장히 감명 깊었다. 큰 점수 차이로 지고 있어서 화를 엄청 낼 줄 알았다. 특히 단체 구기 종목에서는, 지고 있으면 선수들에게 버럭 하는 감독들을 많이 봐왔으니 말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상당히 침착했다. 1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지금 잘하고 있는 점도 짚어주며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며 전략을 조곤조곤 설명했다. 무패행진이 끊기게 생겼는데 오히려 이렇게 선수들을 격려하며 의욕을 북돋는 장면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다.


결국 광주도시공사는 시즌 첫 패배를 맞이했다. 하지만 진 팀도 멋지다는 걸, 꼭 이기지 않아도 훌륭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면, 져도 당당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SK핸드볼코리아리그 2015 시즌 개막을 앞두고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어떤 기자가 김온아 선수에게 질문했다. 신인 선수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냐는 질문에 김온아 선수는 이렇게 답변했다.


슛을 던지든 패스를 하든
겁먹지 말고 자신감 있게 하는 게 중요해요.
실수한다고 해서 자책하지 말고,
베테랑 선수들 상대로 경기한다고 해도
주눅 들지 말고 패기 넘치게 하면 좋겠어요.


https://www.youtube.com/clip/UgkxuTmbN_0mHi4Zsp1DwxaENqokfjZAjRYH


핸드볼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게임을 뛰었다. 10분 정도 짧은 게임이었지만 많은 걸 배웠다. 배운 지 오래된 분들의 기세가 남달랐다. 내게 가끔씩 패스가 온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다. 이 사이에서 실수라도 하면 큰일 나겠구나 하고 약간 쫄았다. 집중력이 살짝 흐트러진 사이에, 패스를 놓칠 뻔하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집중을 안 하면,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게 보이나 보다.


운동 마치고 돌아와서, 저 영상에서 김온아 선수가 했던 말이 다시 생각났다. 주눅 들지 말고 패기 넘치게 하면 좋겠다는 말이 의기소침해진 마음을 토닥여주었다. 그래, 슛을 던지든 패스를 하든 자신감 있게 하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보다는 '피할 수 없으면 패기 있게 과감하게 자신 있게 해라'가 좋겠다. 이런 마인드라면 뭐든 해볼 만한 에너지가 생긴다. 처음부터 강철 멘탈인 사람은 없다. 져도, 실수해도, 못해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자신감이 커지고 강심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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