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회사는 법인이 교체되며 부당해고, 두 번째 회사는 에이전시를 다녔고, 다니던 중 좋게 봐주신 대표님이 계셔 1년을 채우고 이직, 세 번째는 대표님도 좋고 다 너무 좋았지만 투자 실패로 사업을 접어 1년을 못 채우고 퇴사...
선수생활 은퇴 후 너무 단기간의 잦은 이직으로 이번에는 어느 정도 투자 규모가 있고, 오래 다니면서 서비스의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었다. 그래서 들어간 이곳은 지금까지 다녀본 회사 중에서도 역대급으로 최악이었다. 입사 전 협의한 근무시간과 다른 계약서, 본인 말을 잘 듣는 직원 외에는 소모품 취급 및 직원의 업무에 대한 이유 없는 평가절하, 그리고 업무가 없어도 무작정 야근을 지시하는 대표가 있었다. 재밌었던 건 근무시간 변경 때문에 직원들과 논의하는 자리에서 본인이 필요로 하는 직원들은 입사 전 협의한 내용대로 계약서를 변경해 줬다고 대표가 말했다. 싫으면 빨리 다른 회사를 가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그 외에 직원들은 입사 전 협의한 근무시간을 주장했다면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황당한 말도 함께 했다.
이 회사는 퇴사율이 100프로가 넘어간다. 심지어 커뮤니티에서만 보던 당일 퇴사자도 보았다. 7개월을 다녔는데 20명도 안 되는 회사에서 매달 2~8명까지 지 퇴사자가 생겼으니 말이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기 시작하는 동료부터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동료까지 보았다. 나 또한 솔직히 이 회사를 다니면서 스스로에 대해 많은 자괴감도 생겼었다. 재밌던 나의 업무도 자꾸 의심이 생겼다.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도 사라지고 있었다. 또한, 남들은 다들 잘 참고 다니는데 내가 인내심이 없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퇴사 며칠 전 중국 전국시대의 이사의 얘기를 보았다. 이사가 하루는 화장실에 갔는데 그곳에 사는 쥐는 사람을 보고 놀라 황급히 달아났다고 한다. 또 다른 하루는 곡식 창고에 갔는데 그곳의 쥐들은 이사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고 여유롭게 곡식을 먹고 있었다고 한다. 그 광경을 본 이사는 "사람의 뛰어남과 못남은 저 쥐들과 같다. 사람은 자신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라고 했다고 한다. 결국 더럽고 냄새나는 곳에서 사는 쥐는 위축되어 있고, 살이 찌기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풍족한 곳에서 사는 쥐는 배가 부르고 여유로울 것이다.
상관없어 보이지만 어쨌든, 그 얘기와 일방적인 근무시간 변경이 트리거가 되어 퇴사를 하게 되었다. 나의 가치를 계속 낮출 수 없었다. 화장실의 쥐가 될 수 없었다. 마치 내가 화장실의 쥐처럼 되어가고 있었다. 성장하려는 욕구마저 없어지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의 잦은 이직이 리스크가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람의 모든 의욕을 꺾는 위험보다는 덜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말이고 경제가 어려워 재취업이 언제 될지 모르겠다. 걱정도 되지만, 최선을 다해서 다시 나 스스로를 채워야겠다. 그리고 꼭 나를 알아주는 회사로 이직할 것이다. 당장 다음 주부터 빅데이터 강의를 신청해 놨다. 쉬면서 여러 가지를 쌓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