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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름 Jan 19. 2024

07 목요일, 마크 동아리로 모여

대안학교 동아리 이야기, 우린 요 정도!!

마크동아리에서 손수 만든 풍차, 수중집, 나무집


우리학교엔 마크 동아리 있는데, 혹시 관심 있어?
(떡밥은… 중요하다.)


무심히…(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이 포인트가 중요) 떡밥을 던졌다. 입질이 왔다. 엄마에게 도통 관심도 없던 눈에서 빛이 번쩍했으니 미끼는 제대로다. 녀석은 믿기지 않는 얼굴로 ‘마크를 수업시간에 하는거냐? 몇 시간이나 하느냐?’며 주위를 왔다갔다 한다. 목요일 5,6교시 동아리 시간에 한다고 했더니 좀 놀란 눈치다. 일반학교는 하교 이후 요리, 기타, 목공 등 선택 수업이 있었는데 신청자가 없어 대부분 폐강됐었다. 그런데 대안학교는 수업 중에 동아리 수업이 있다?그것도 게임동아리가? 틀을 깨는 교육과정에 아이는 혼란이 온 듯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떡밥의 마지막 타이밍. 노트북으로 마크를 하려면 3만원을 주고 계정을 사야한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나는 쿨하게, 완전 쿨하게 “그래! 사! 3만원인데 뭘.”이라고 했더니 “정말?사도 돼?”냐며 정말 오랜만에 활짝 웃는다. 마크 떡밥을 꽉 물고야 만 것이다. 대어를 낚았다. 성공이다.

요리 동아리와 뜨개질 동아리, 아 따뜻해! 나도 같이 하고 싶다…


대안학교는 일반교과(국영수사과)수업도 아이들이 참여하고 주도해 나가지만, 동아리를 비롯한 다른 비교과 수업들은 진짜 아이들끼리 만들어간다. 같은 취미를 가진 아이들이 모여, 한 학기 동아리 프로그램 및 예산을 짜고 담당 선생님을 셀렉해 ㅇㅇ 동아리를 운영하게 된다.


아마 ‘목요 마크 동아리’가 없었다면 대안학교로 옮기는 데 좀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또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내가 마인크래프트를 보면서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같이 논의하며 마을을 만들고 건물을 짓고 농사를 짓는 메타버스의 세계에 적잖게 충격도 받았다.


어떤 게임을 누구와 하느냐?
검증된 게임을 건전한 사람들과 하는 건 오히려 최고의 취미

 ‘게임이 좋냐, 나쁘냐?’는 좋은 고민이 아니었다. ‘어떤 게임을 누구와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대안학교에서 좋은 친구와 형과 마크를 하며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아이는 흡사 건축사무소에서 예술의 혼을 쏟으며 일했던 남편의 옛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저건 뭘까, 싶은.


예전에 병원에서 국어수업을 할때 아이들에게 '어떤 학교라면 좋을까?'를 물어본 적이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쓸데없는 것들을 너무 많이 배운다면서 자신들이 진짜 관심 있고, 또 앞으로 할 일에 도움이 되는 수업을 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기존 학교의 교육과정은 아이들이 결정하고 만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다. 모든 수업은 내신평가와 연결되어 아이들은 어떤 수업에서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아무리 재밌는 주제로 글쓰기를 한다고 해도 점수로 평가되어 등급이 나뉜다면 어떻게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을까.  


너희가 하고 싶은 그걸 하면 돼.
옆에서 응원하고 믿어주고 기다리고, 도움이 필요하면 달려갈께.


꿈을 강요한다고 꿈이 이루어질까?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찾고, 경험해보면서 꿈이라는 것에 가까워질 수는 없을까? 아이는 2학기 동안 제일 좋았던 게 마크동아리였다며 오늘도 동아리 C 형과 30분 동안 마크를 하며 광질로 다이아몬드를 128개와 파란색 아홀로틀을 발견했다고 환희에 젖었다.(특히 파란색 아홀로틀 발견 가능성은 0.083%라며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마크 광산에서 자원을 채광하느라 마을을 만드느라 열정적인 아이를 보니, 책도 안 읽고 글은 잘 쓰고 싶어하는 내 무식은 최악이란 걸 깨달았다. 이제 떡밥을 물 차례는 나다. 다시 시작한 우리 아이처럼, 가르치든 쓰든 나도 제대로 한 번 해보고 싶어졌다.  


너와 나는 푸르게 푸르게 자라가네.

이곳에서, 이곳이라서. 이곳이니까.




"아이들 입장에서 볼 때 학교에서의 큰 낭비는,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얻는 경험을 학교에서는 완전히 자유로운 방법으로 활용할 수 없고, 또 한편으로는 학교에서 배운 것을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없다는 데서 온다."


"구체적인 사물을 학교에 들여오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정신을 가져오지 않는 셈이다. 우리가 희구하는 것은 아동이 온전한 정신과 온전한 신체를 가지고 학교로 오고, 더욱 충실한 정신과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교문을 나서도록 하는 일이다."


존 듀이, <학교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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