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글 옮겨적기-1
주목이란 말은 알아도 유목이란 말은 잘 모른다.
주목은 한 곳만 주의 깊게 바라보는 것이고 유목은 일정한 초점 없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시선이다.
윤선도는 강촌 온갖 꽃이 먼 빛에 더욱 좋다고 말한다.
주목은 대상에 밀착하려고 다가선다.
유목은 대상에서 멀어지면서 떨어진다.
노자를 만난 공자가 그를 용이라고 칭하면서, 노자가 어느 곳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후세 사람들이 모두 꾸며댄 이야기일 것이다.)
노자의 시선이 바로 유목이었던 게다. 공자는 세상만사에 주목을 하고(주자학에 이르면 더욱더 심해진다) 노자는 자연의 모든 것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금붕어(어항 속)를 보여주고 그것을 그림으로 재현하도록 하면 한국(아시아) 학생은 금붕어만이 아니라 어항 속에 들어 있는 수초나 돌과 같은 것도 그린다.
그러나 서양 학생들은 금붕어만을 그것도 자신이 관심을 둔 금붕어만 집중적으로 그린다고 한다.
주목과 유목. 그 두 시선의 차이에서 동서 문명이 갈라졌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2019.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