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장점을 아는 것도 장점

by 이구오

영화 <하이파이브> 리뷰

*간접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비행기에서 강형철 감독의 전작 <스윙키즈>를 본 적이 있다. 아마도 비행의 답답함이 컸겠지만, 도저히 못 보겠어서 멈춘 상태로 아직까지 관람을 마치지 못했다. 반대로 감독의 데뷔작이었던 <과속스캔들>과 <써니>는 한국 상업 영화 중 최상의 퀄리티라고 생각한다. 치밀하진 않아도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촘촘한 플롯, 정이 가는 인물들 그리고 유머. 그 이후 <타짜-신의 손>이나 <스윙키즈> 같은 평작이 있었다고 할 지라도, 언제든 매력적인 작품을 만들어낼 것이란 기대는 있었다. 유아인 마약 사건의 여파로 창고 영화로 남아있던 강형철 감독의 신작 <하이파이브>이 개봉했다.


요즘 한국 코미디 영화 특유의 유머는 헛웃음도 멎게 한다. 회심의 일격인 듯한 개그 공격이 산산조각 날 때, 극장에서 보는 내가 대리 수치심을 느끼기도 한다. <하이파이브>에도 이런 류의 유머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의외로 타율이 높다. ‘뻘하게 웃기다’는 말을 대체할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홍보용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부터 느꼈지만 소재도 재밌고, 각각의 인물들도 매력 있다. 그들의 만남이 사이비 교주의 이야기와 맞닿아 커져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다만, ‘지성’이 뜬금없이 악당을 찾는 것이 극 전개에 당위성을 억지로 부여한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공장 사고 시퀀스와 노동자 이야기는 도구화되어 몰입을 방해한다. 갈등 형성과 해소를 위한 장치인 듯한데 다소 전형적이고 기계적이다. 아쉬운 점은 많았지만, 영화가 끝까지 놓치지 않는 특유의 유머는 확실한 장점이다. 그리고 그 장점을 잘 아는 것도 확실히 장점이다.



개인적으로 CG가 너무 이질적이게 삽입될 바에는, 시각적으로 밋밋할 지라도 생략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본다. 북미 히어로 영화랑 같은 스크린으로 보기에 <하이파이브>의 그래픽 효과들은 조금 허술했다. 대부분은 괜찮았지만, 태권 소녀로 등장하는 ‘완서’의 능력이 발휘될 때마다 영화가 허구임을 인식하게 된다. 괴력을 지닌 것은 완서 뿐인데 다른 인물들은 치명타를 입고도 멀쩡하게 행동하는 것도 어색하다. 솔직히 현실에서 타일이 나갈 정도로 벽에 처박히면 그게 누구든 바로 내장 파열될 것 같다. 대부분의 액션 영화에서 발견되는 오류라서 꼬집기 뭐하지만, 후반부 액션 씬에 꽤 긴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아쉬웠다.


이 영화는 여러 스핀오프로 뻗어나갈 여지를 두고 제작한 작품인 것 같다. 최근 국내에서는 MCU처럼 틈만 나면 세계관 확장을 노리는 시도가 보인다. 다수의 초능력자 캐릭터는 마블의 사례를 모방하기 가장 쉬운 콘셉트인 것은 확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유아인 이슈가 참 안타까웠다. 충분히 다른 배우로 대체할 수 있었을 역할이기도 하고, 속편이 나온다면 은근슬쩍 다른 배우로 교체해야 되는데 그것도 참 어정쩡하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와서 생각해보면, 무한한 삽질의 위험을 차단해준 것 같아 오히려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재밌게 봤으나 1편 이상으로 볼 만큼 매력적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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