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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23. 2024
다음 특허전쟁, 어디에서 벌어질 것인가?
돈이 몰리는 영역에 특허전쟁이 발생한다. 2010년 이후, 스마트폰이 대량으로 보급되면서 스마트폰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다양한 기술들이 앞다투어 채택되면서 스마트폰 시장은 특허소송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소프트웨어, 운영체제, 인터페이스, 게임, 카메라 기술, 배터리 기술 등 수 없이 많은 소송들이 펼쳐졌다. 삼성전자, 엘지전자, 팬택 등 스마트폰을 생산하던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글로벌 스마트폰 매출이 높아지다 보니, 관련한 특허소송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기 시작하였고, 미국, 유럽, 일본에서 발생하는 특허소송에 대응하느라 바빠지기 시작했다. 나의 변리사 시험 동기들의 경우에도 삼성, 엘지, 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기업의 사내 변리사로 취업하여 국내외 특허법인들과 함께 소송을 진두지휘 하곤 했었다.
2010년대 후반에 들어와서 대부분의 스마트폰 기술이 보편화 되면서 특허전쟁은 예전보다 잦아들게 되었다. 아직도 미국에서는 제조는 하지 않고 특허만 확보하는 특허전문기업(NPE) 비즈니스는 잘 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스마트폰과 관련된 기술의 특허분쟁이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스마트폰은 이제 ‘첨단기술’보다는 ‘원가경쟁’기술이 더 우위를 차지하는 시장이 된 것이다. 한국에서 제조를 하지 않더라도, 중국,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서 저렴한 인건비를 이용한 원가경쟁력 높은 스마트폰이 괜찮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게 되었고, 저가 스마트폰이 품질에 관한 신뢰성도 갖추게 되면서 시장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대변되는 제3차 산업혁명과 그로 인해 벌어졌던 시끌벅적했던 특허전쟁이 차츰 기세가 꺾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제4차 산업혁명이 선명하게 시작되고 있다. 필자는어차피 정보처리라는 큰 틀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제3차 산업혁명과 제4차 산업혁명의 구분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던 입장이었다. 하지만, GPT와 같은 트랜스포머(Transformer) 모델은 확실히 이전 세대의 IT기술과는 차원이 다른 신기술이며, 생성형 인공지능은 앞으로의 우리 삶을 엄청나게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제4차 산업혁명 개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위의 생성형 인공지능 기업 순위표가 보여주듯, 많은 생성형 인공지능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분야에 돈이 몰리고 있으며, 앞으로의 특허전쟁은 이 분야에서 벌어질 것이 자명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나눌 수 있으며, 이들의 상성에 의해서 기술발전과시장의 팽칭이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다. 엔비디아(nvidia)로 대변되는 GPU 프로세서는 오픈AI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또한, 수많은 생성형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등장으로, 이들이 필요로 하는 연산을 처리할 데이터센터가 계속해서 생기고 있다. 당연히 그 데이터센터 안에 위치한 서버에는 엔비디아 같은 인공지능 하드웨어가 계속해서 일을 하고 있으며, 더 좋은 GPU를 가진 기업이 미래의 AI패권을 가진다는 것이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마치 스마트폰 하드웨어와 스마트폰 OS, 그리고 스마트폰 APP이 서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통신기술과 데이터센터의 발전을 촉진하던 2010년대 중반의 그 모습과 비슷한 느낌마저 든다.
당연히 인공지능 관련한 특허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보호하는 특허는 하드웨어 특허와 소프트웨어 특허로 나뉘어진다. AI 하드웨어 특허는 GPU, NPU와 같은 AI반도체 설계 및 생산기술, HBM과 같은 AI반도체의 메모리 구조, 반도체와 반도체 사이에서의 통신방법 및 이러한 하드웨어에 전원을 공급하는 방법 등 무궁무진하게 많은 섹터들이 등장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아래의 표에서와 같이 미국, 중국, 독일, 대만, 한국 등에서 막강한 특허포트폴리오를 이미 구축해놨다. 해마다 특허출원수를 증가시키고 있으며, 최근에는 더 많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의 인텔과 퀄컴이 그랬던 것처럼, 엔비디아 역시 특허로 강력한 지식재산권 장벽을 구축하게 될 것이고, 하드웨어 AI특허 포트폴리오 장벽으로 후발주자들을 강력하게 견제하게 될 것이다.
이미 엔비디아는 71개의 특허소송에 휘말려 있다. 지금은 주로 손해배상을 당하는 입장에 처해있다. 원래 특허소송 시장이 그렇지만, 돈을 많이 벌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 그쪽으로 소송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몇 년 전에 출원하여 등록 받은 특허를 특허전문기업(NPE)들이 매입하여 엔비디아 같은 대기업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전개하여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NPE들이 활동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은 앞으로 인공지능 하드웨어 시장에서 특허전쟁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공지능 처리에 최적화된 메모리인 HBM을 만들고 있는 하이닉스나 삼성전자 및 이들에게 소재, 부품, 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협력회사들도 인공지능 반도체 및 메모리 분야에서 조만간 발생할 특허전쟁에 미리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미국정부 주도로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협력기업들이 만든 소비, 부품, 장비들은 미국 공장에서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미국에서 발생하게 될 특허분쟁에 대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AI소프트웨어 특허는 더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다. 지금은 인공지능의 기본적인 알고리즘에 관한 것들인 CNN, RNN, Transformer 등에 관한 내용들이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다양한 신경망 구조에 관한 특허들이 등장할 것이다. 이러한 알고리즘은 특허로 등록되고 있으며, 향후 5년안에 큰 배상액을 받아내는 중요한 특허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AI 소프트웨어 특허 중에서도 데이터 처리방법에 관한 특허는 그 중요도가 특히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 큰 이슈가 되었던 ‘구글과 싱귤러컴퓨팅 간의 TPU(텐서 프로세싱 유닛) 특허 소송’은 AI특허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싱귤러컴퓨팅(원고)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구글과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자신의 기술을 공유했으나, 구글(피고)이 이를 무단으로 사용해 TPU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며 2019년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TPU는 머신러닝 및 AI 작업을 가속화하기 위해 설계된 구글의 전용 하드웨어로, AI 기술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구글은 싱귤러컴퓨팅의 미국 등록특허 제10,416,961호를 무효화하려고 심판을 청구했으나 실패했고, 싱귤러컴퓨팅의 특허는 살아남았다. 싱귤러컴퓨팅은 구글의 특허 침해로 인해 최대 70억 달러(한화 약 9조 2,400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배상을 요구했고, 합의금이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결국 2024년 1월, 양측은 합의에 도달하며 분쟁을 종결했다. 이 사건은 데이터 처리방법에 관한 특허가 중요한 역할을 한 사건으로서, 앞으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특허전쟁에 있어서 중요한 지표가 될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강의안을 준비하면서, 특허정보검색 서비스인 키프리스에 검색을 해보니, 필자가 함께하고 있는 특허법인 비엘티에서 대리한 인공지능 관련 특허가 1000건이 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특허 중에 신경망 구조나 데이터 처리방법에 대해서 다루는 특허들도 좋지만, 실제로 매출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이라면, AI를 응용한 서비스 특허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신경망 구조나 데이터 처리방법에 관한 사항들은 당장의 매출을 올리는 것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R&D연구비 투자가 뒷받침되는 연구소, 대학, 대기업 등에서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할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신경망 구조나 데이터 처리방법에 관한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이 소요되기는 하지만, 아이디어 자체를 내고 실험하여 특허로 만드는 것은 비용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이 분야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면 공격적인 특허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한편, 아래의 사례에서와 같이 ‘세븐포인트원’이나 ‘에이오팜’ 같은 인공지능 기업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현실에 접목하여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 회사들이다. 세븐포인트원은 인공지능을 통해서 잠재적 치매환자와 질문을 주고받으며, 대화자의 답변을 분석하여 치매의 가능성을 진단해주는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도내 대다수의 지자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높은 효율성을 인정받아 미국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에이오팜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과일선별을 자동으로 해주는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농촌에서 생산된 사과, 귤, 참외뿐만 아니라 버섯, 인삼, 딸기 등 다양한 형태를 가진 농산물을 인공지능 카메라 시스템으로 빠르게 선별함으로써 최상위 등급의 농산물부터 내부에 불량이 있는 과일까지 신속하게 가려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마치 2010년대 초반에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사람들의 니즈를 성공적으로 파악한 앱(APP)을 만든 수많은 기업들이 성장을 거듭했던 것과 비슷한 분위기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AI 응용서비스 관련 기업들이 엄청나게 많이 등장할 것이다. 모든 산업분야를 오픈AI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다 공략할 수는 없기 때문에, 세밀한 관찰과 서비스 기획으로 시장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기업들이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사업모델이 어떠한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하여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어필하여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조만간 만나게 될 인공지능 특허전쟁에서 먼저 사업적 기회를 잡는 방법이 될 것이다.
특허는 국가가 새로운 구성을 제안한 발명가에게 일정 기간 동안의 독점 실시를 약속한 일종의 보험이다. 앞으로 돈이 몰리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수많은 특허소송이 발생하게 될 것이고, 이를 대비하여 미리미리 무기를 만들어두는 기업이 승기를 잡게 될 것이다.
BLT 칼럼은 BLT 파트너변리사가 작성하며 매주 1회 뉴스레터를 통해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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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엄정한 파트너 변리사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하고 2006년 43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유철현 변리사와 함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설러레이터형’ 특허사무소인 ‘특허법인 BLT’를 창업하였습니다. 기업진단, 비즈니스모델, 투자유치, 사업전략, 아이디어 전략 등의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엄정한 변리사 : www.UHM.kr
엄정한의 생각마루 / facebook : www.FB.com/thinku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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