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도 아닌 나는 왜 축구에 빠져있나
기억을 더듬어 내가 축구와 사랑에 빠지게 된 순간을 마음속으로 그려봤다.
생각보다 그리 어린 시절이 아닌 대학교 1학년 때 참가했었던 체전이었다. 사실 그 전까지는 나는 그리 운동과 가까운 사람이 아니었다(이게 아마도 축구 제일 못하는 축구 유튜버라고 놀림받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대학교 1학년 시절, 소모임이나 동아리는 하나는 들어두면 좋다는 주변의 조언에 선배 형님들과 빨리 친해지고 싶어 무작정 들어가게 된 게 'FC포인트'라는 축구 동아리였다. 하지만 그 곳은 정말 축구에 진심인 선배들이 가득한 동아리였고 운동 신경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나는 항상 형들에게 지적받기 일쑤였다. 그러다 오기가 생기더라. 회비를 밀린 것도, 뺀질된 것도 아니고 공을 못찬다는 이유로 이렇게 주눅들어야 한다니! 그렇게 난 오기가 생겨 혼자 밤 늦은 시간 빈 운동장을 뛰고 벽에다 공을 차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얻게 된 교훈은 현실은 청춘 스포츠 만화가 아니라는 것. 내 축구 실력에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어느새 나는 친목의 이유로 동아리에 가입하고 싶었던 학생에서 축구를 잘하고 싶어하는 학생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1학년 때 맞이한 체전 첫 경기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 봄날의 운동장, 따사로운 햇볕... 각 학과의 학생들은 각자의 팀을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벤치에 슬쩍 앉아 지켜보다 점점 경기에 몰입한다. 경기장 안의 선수들은 심장이 터져라, 다리가 부서져라 오롯이 그라운드 위 공만 보며 뛰어다닌다. 비록 나는 주전 선수의 자리는 아니었지만 내 가슴도 뜨거워져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시원한 물을 떠나르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보면 나에겐 그 물 주전자마저도 축구의 낭만이었다.
그런 낭만을 담은 팀을 만들고 싶었다. '조회수'가 아닌 '축구'가 우선시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축구에 한때는 진심이었던 주변 지인들을 모았다. 한때는 축구 선수를 꿈꿨지만 지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형구, 외국 유학 시절 한국 팀을 무시하는 흑인 친구에게 경기장에서 헤드락을 걸어 퇴장당한 창혁이, 배우 일을 하며 피파 게임에 빠져있다 진짜 축구가 해보고 싶어 시작한 정욱이 등 각자의 삶에서 축구를 불완전 연소한 인원들이 다시 축구로 모인다는 의미로 'FC 도르마무'가 탄생했다.
그렇게 조금은 장난스럽게 시작한 이 여정이 벌써 4년을 가득 채우고 5년차에 접어들었다. 누구는 떠나가고 누구는 들어오며 조금씩 굴러굴러 제법 팀 다운 모습을 갖췄다. 그리고 그 성장의 이야기가 쌓이며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의 6부 축구 리그이자 KFA 산하 아마추어 차상위 축구 리그인 K6리그 서울 권역에 참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