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도르마무는 어쩌다 아마추어 리그에 참가하게 되었을까?
축구 좀 본다는 사람들 중에 우리나라에서 아마추어 리그가 있다는 것을 과연 몇 명이나 알고 있을까. 대한민국의 아마추어 리그가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심지어 그 안에서 리그 승강제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 FC도르마무의 이야기를 담은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 중 하나가 "K6리그에서 뛰면 연봉은 어느 정도인가요?"인 것을 보면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마추어 리그에 대한 홍보나 리그 시스템의 디테일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기에 직접 수고스럽게 시간과 발품을 팔아가며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이상 국내 아마추어 리그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크게 프로 리그인 K1, 2 리그, 세미 프로 리그인 K3, 4 리그 그리고 아마추어 리그인 K5,6,7 리그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추어 리그라고 하면 쉽게 말해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참가할 수 있는 동호인 축구 리그이다(그러니까 위의 댓글에 굳이 설명을 달자면 이런 리그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본업이 있는 아마추어 선수들이며, 풀뿌리 축구의 기틀이 탄탄히 다져져야 국내 축구 시스템을 지탱하는 코어가 바로 선다는 점에서 아마추어 리그 운영이 세금 낭비는 아닐 것이다).
그럼 도대체 왜 축구 선수 할 것도 아닌데 굳이 수고스러움을 들이며 이런 리그에 참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축구팀을 5년 정도 운영하면서 느낀 것은 아마추어 선수들이야 말로 이런 리그나 대회에 참여하는 것은 경기의 승패를 떠나서 아주 큰 의미가 있다.
FC도르마무를 창단하고 1년 정도 지났을 때, 매주 랜덤하게 매칭되는 친선경기들로는 선수들에게 더 이상 큰 동기부여를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대 팀의 실력에 따라서, 그리고 우리 팀의 출석률에 따라서 경기의 승패는 의미 없이 나뉘었고 말 그대로 이겨도 그만, 지면 기분 나쁜 친선 경기일뿐이었다. 그런 긴장감 없는 경기들 속에서 선수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동기부여는 없었다. 목표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그때부터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서 ‘2021년도 K7 서초구 B리그’에 정식으로 참여했다. 이런 승리가 무조건 필요한 대회에서는 결국 축구 실력으로만 평가되어 팀이 꾸려지지 않냐는 몇몇 팀원들의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리그가 시작되고 승점 3점의 가치와 소중함을 공유하는 순간, 그 우려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승점 3점을 얻기 위해 필요한 건 축구 실력뿐만 아니라 팀을 위한 헌신과 희생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명의 개인이 아닌 한 팀으로서 공동의 목표를 이뤄냈을 때의 그 희열감은 축구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교훈이자 팀과 개인을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감독으로서 참여했었던 21년도 K7리그는 전승으로 시즌을 이끌어 오다 중간 휴식기에 팀의 핵심 선수 등록을 놓치는 치명적인 실수로 마지막 경기를 허무하게 내주게 되면서 결국 조 3위로 리그 승격에 실패했었다. 경기가 끝난 후 눈물을 흘리며 선수들에게 내 실수를 사과를 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후 감독 일과 팀의 행정적인 일을 혼자서 병행하기에는 위와 같은 문제가 언제든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여 지금의 FC도르마무의 감독인 'JN스포츠클럽'의 정병훈 감독님을 모시게 되었다. 비록 감독직을 내려놓으며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이 또한 내가 감내해야 할 팀을 위한 헌신과 희생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다음 시즌 우리는 전승으로 K6리그로 승격할 수 있었다.
FC 도르마무는 가장 잘하는, 혹은 가장 멋있는 아마추어 축구팀으로 기억되길 원하지 않는다. 다만, 축구에 진심인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성장이 멈추지 않는 팀으로 기억되길 원한다. 지난 시즌 우리는 K6리그에서 승점 10점을 쌓으면서 리그 4위로 시즌을 마쳤다. K7리그 3위에 위치하며 리그 승격에 실패했던 과거에 비해 우리는 성장했고 앞으로 더 성장하기를 원하며 24 시즌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축구에 진심인 사람들에게 승점 3점만큼 가슴 뜨거워지는 목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