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중에서도 엽기떡볶이. 엽떡을 한 번 맛 본 순간부터 다른 떡볶이들은 성에 안 찬다. 가끔 신전이나 배떡으로 눈을 돌릴 때가 있긴 하나, 결국 돌고 돌아 엽떡에 정착한다. 매운 떡볶이의 근본이랄까. 어렸을 때 즐겨먹던 길거리 떡볶이를 뇌가 맛있다고 인지할 수 있는 맛 범위 안 에서 제일 매운 레벨로 키운 느낌이다.
이 맛있는 음식을 난 언제 먹는가. 사실 특별한 때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크게는 두 가지 상황에서 무지막지하게 땡긴다. 첫 번째는 스트레스 받을 때, 두 번째는 그 스트레스가 해소 되었을 때. 매운 맛을 원하는 본능과 스트레스 사이에 큰 관계가 있나보다. 왜 스트레스 받을 때 엽떡이 그렇게나 땡길까. 해소할 방법이 먹는 것 뿐인걸까. 아무튼 웃긴 건 먹고 나서 오는 포만감 때문에 더 스트레스가 쌓일 뿐이다. 오늘도 다이어트를 실패했다는 데서 오는 좌절감과 더불어 말이다.
계속 미루는 사람은 잔잔하게 불행하다고 한다. 엄청난 탄수화물 덩어리인 떡볶이를 끊지 못하는 나야 말로 잔잔하게 불행한 사람이다. 일주일 만이라도 입에 대지 않고 살아봤으면 한다. 그 후 꺼진 배와 붓기 빠진 다리를 보며 은은한 행복을 느껴보고 싶다. 떡볶이라는 이 단순한 음식으로 나의 행복까지 논하게 되다니, 엄청난 존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