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저께도 엽떡 먹었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서 그렇다고 변명부터 하겠다.
‘덜매운맛’ 2인 엽떡, 가끔 주먹밥 추가, 무조건 방문 포장, 배달비 아껴야지.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사장님께서 포장된 떡볶이를 내게 건네 주신다. 아무래도 내 얼굴을 익히신 모양이다. 올 여름에 매장에서 한 번 먹었었는데, 그 때 내 옆에 희안한 곤충이 나타났었다. 내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젓가락 든 손을 바들바들 떨자, 상상하기 조차 싫은 벌레를 단숨에 잡아주셨다. 사장님 내게는 그저 영웅.
그 날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매장에서 잘 안 먹는다. 집에 들고와서 먹는데, 엄마 몰래 먹어야 하기 때문에 재빨리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근다. 그러곤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킨다. 엽떡 혼자 먹는 걸 선호하는 이유다.
새로운 영상보다는 기존에 본 것들을 주로 본다. 특히 영화는 먹을 때 만큼은 잘 안보는 편이다. 그냥 생각하면서 보기 싫어서 그런 것 같다. 미국 시트콤을 많이 보는데, 요즘은 ‘브루클린 나인 나인’ 재탕 중이다. 한 번도 안 보신 분들께 엽떡 메이트로 추천합니다.